[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해를 맞아 검찰 개혁을 위한 공정한 법 집행과 변화된 형사법령의 빠른 정착을 강조했다.
윤석열 총장은 31일 신년사에서 "검찰의 변화와 개혁은 형사사법 시스템과 관련된 법령의 개정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우리 검찰 구성원 모두의 진정한 열망과 확신, 그리고 우리 각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어떠한 방향의 변화와 개혁인가, 그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며 "저는 검찰 개혁의 목적과 방향은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고, 여러분께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한 검찰'이란 수사 착수, 소추, 공판, 형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편파적이지 않고, 선입견을 갖지 않으며, 범죄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부여된 우월적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의 검찰'이란 오로지 그 권한의 원천인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은 '인권 검찰'의 토대가 된다"며 "실질적인 '인권 검찰'은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의 자세로 법 집행을 할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정한 검찰'에 대해 한 가지 부연하고자 한다"며 "공정한 형사법 집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사, 소추, 공판, 상소 등 모든 과정에서 국민이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까지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도 적극적으로 수집해 제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정당한 법률 조언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구속을 했더라도 더 이상 구속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구속을 취소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해야 하고, 무의미한 항소나 상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검찰의 결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사건관계인의 말을 경청하고 세심히 살펴서 국민에게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검찰 업무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형사법령의 중요한 개정이 있었고, 금년 1월1일 자로 시행된다"며 "법령 시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서 대책을 마련해 놓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거나 법원,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관계에서 애로사항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검과 일선 청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실시간 협의하고, 유관기관들과 긴밀히 소통해 국민께서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당분간 검찰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으나, 변화된 제도가 빨리 정착돼야만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적극적인 대비도 언급했다. 윤 총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형사사법시설의 방역과 안전 확보가 우리의 최우선 업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주시기 바란다"며 "검찰은 경찰, 법원, 교정시설로 연결되는 형사사법 과정의 중심에 놓여 있으므로 우리 자체 시설과 관련 시설의 방역 체계 수립과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흉악 범죄나 부패 범죄의 수사, 소추 등 중요하고 필수적인 업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대면 업무를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전면 전환, 재조정해야 한다"며 "민생경제가 매우 어려우므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일시적인 과오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 사정을 최대한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도 수용자의 가족,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권리로서 국가가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므로 대면 접견은 어렵더라도 온라인 화상 접견에 필요한 조치는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