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 입국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5년 이후 유럽연합은 유럽 내 난민 사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난민할당제, 난민 원천 차단 등의 제도 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기도 하고 반난민 정서가 조장되기도 하다. 영화 ‘파힘’은 방글라데시 체스 천재 소년에게만 집중한다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파힘의 아버지, 그의 주변의 상황을 함께 보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난민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파힘(아사드 아메드 분)은 방글라데시에서 체스 천재로 이름을 달리는 소년이다. 하지만 파힘의 아버지 누라(미자누르 라하만 분)는 자국의 위험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아내와 남은 아이들을 남겨 둔 채 아들 파힘만을 데리고 프랑스로 떠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길거리를 전전하다 우연히 체스 마스터 선생님 실뱅(제라드 드빠르디유 분)을 만나게 된다. 파힘은 실뱅을 만나면서 꿈에 그리던 체스 챔피언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그러나 프랑스는 누라의 망명 신청을 거부한다. 이로 인해 파힘은 가족의 재회 뿐 아니라 누라와도 떨어져 위탁 가정에 맡겨질 위기에 처한다.
파힘 스틸. 사진/그린나래미디어
누라는 망명을 위해서 프랑스로 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망명 신청을 위해 통역을 해주는 이는 인도인이 망명 신청을 더 할 수 있도록 거짓으로 통역을 해준다. 이로 인해 허튼 시간을 보낸 누라는 불법 체류자가 되고 만다. 누라와 파힘이 처음 프랑스에 도착해 에펠탑을 볼 때 한 흑인이 에펠탑 모형을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누라는 그런 흑인을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가 된 누라는 자신이 지나친 흑인처럼 에펠탑 모형을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망명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온 이들이 결국 불법 체류자가 돼 거리에 나앉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더구나 누라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면서 파힘은 체스 클럽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게 된다. 그때 각 집마다 파힘을 마주할 때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다. 난민을 대할 때 우리의 태도가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그들을 통해 돌아보게 한다. 중요한 점은 누라는 프랑스에 망명을 하기 전 번듯한 직장을 가진 인물이었다. 파힘 역시 방글라데시 신문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체스 천재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그저 신분 증명서도, 체류증도 없는 불법 체류자일 뿐이다. 불법 체류자라는 편견이 얼마나 사람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지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파힘은 실뱅, 마틸드(이사벨 낭티 분), 체스 클럽 친구들의 도움으로 역경을 이겨낸다. 마틸드는 라디오에 출연한 총리에게 청취자로 전화를 걸어 질문을 던진다. 그는 “프랑스는 진정한 인권 보장 국가인지, 아니면 그냥 인권을 선포하기만 한 나라인지”를 묻는다. 이에 총리는 유럽 어느 나라든 불법 체류를 금지하지만 가족 상황,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예외를 둔다고 답한다.
영화 ‘파힘’은 실제 체스 월드주니어 챔피언 자리에 오른 파힘 모함마드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2014년 ‘숨어있던 왕’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되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파힘은 체스 챔피언이 되었기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파힘과 같은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이들을 망명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무조건 난민을 받아드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파힘’이라는 영화는 한 소년의 기적 같은 이야기에 동행을 하고 난 뒤에도 벅찬 감동보다는 난민 문제라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파힘 스틸.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