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증시 활황에 따른 리테일 부문 수익으로 기초 체력을 다졌다면, 올해는 기업금융(IB)와 더불어 자산관리에 성장 방향성을 두고 있다. 초대형IB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자기자본 기준이 충족한 대형 증권사들이 뛰어들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현재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 5곳이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4곳은 인가 신청에 나서지 않았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은 이미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시장 진출을 망설 이유는 규제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해외 대체투자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에 부당이익을 제공해 당국의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금융회사가 기관경고를 받게 되면 신사업에 2년간 진출할 수 없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형 증권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모두 각자 다른 사유지만, 금융당국의 제재건이 걸려있으면 신사업진출이 막혀 심사 신청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2021년 업무계획에 대해 금투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올해에는 기존 금융지원과 제도개선 외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시장 지원 방안들을 고민해 정책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며 "지난해부터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이를 계기로 국내 자본시장을 정비하고 성숙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지난해 증권사 수탁수수료는 증시거래대금 증가로 2조원까지 불어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1분기 수탁수수료는 1조3800억원을 기록했으며 3분기에는 2조1200억원으로 수익이 급증했다. 브로커리지 분야 수입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치솟았던 증시 거래대금이 올해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는 만큼, 금투업계의 신성장동력이 IB와 자산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에서는 1%대의 낮은 수익률에 머물고 있는 퇴직연금에 대해서 디폴트옵션제(사전지정운용제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을 통해 수익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폴트 옵션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한 투자·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춰 알아서 적당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은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의 실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전문가에게 자산관리를 위탁하거나 자산운용 의사결정을 맡기는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 연금시장을 키우고 수익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