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에 신속한 탄핵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회견문에서 "법관에 대한 탄핵은 우리 헌법 질서가 예정하고 있는, 법관의 위헌적 행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라며 "헌법재판소가 법관의 행위에 대해 위헌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법관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법원은 판결을 통해 사법농단 관여 법관의 행위에 대해 위헌성을 분명히 밝힌 바도 있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의 필요성에 대해 결의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그사이 사법농단 관여 법관 중 일부가 법관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거나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퇴직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 2019년 3월5일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의 판결문에 '세월호 7시간' 보도가 허위란 내용을 넣도록 재판부에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14일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지위나 친분을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로 판단된다"면서도 "재판 관여는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로 징계 사유에 해당할 여지는 있지만,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던 이 부장판사는 2019년 9월9일 임 부장판사에 대한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시로 청와대의 입장을 반영하는 취지로 선고 구술본을 작성하고, 다시 수정까지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의 예상 선고 결과에 대한 자료를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에게 전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의원 107명은 지난 22일 임 부장판사와 이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정식으로 제안했다. 이탄희 의원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해 오는 28일 수리될 예정이며, 임 부장판사는 다음 달 말 임기 만료로 퇴직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여연대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농단피해자단체연대모임, 한국진보연대 등이 참여했다.
참여연대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농단피해자단체연대모임, 한국진보연대 등 단체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신속한 탄핵을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