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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른도 즐길 수 있는 ‘스트레스 제로’, 공감되는 직장 살풍경
직장·학업 스트레스 만들어낸 불괴물
입력 : 2021-01-30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현대 사회에 스트레스는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현대인의 질병, 만병의 근원 등으로 불린다. 그만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도 벗어나기 힘든 질병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잡아주는 음료가 있다면? 어찌 보면 현대인의 염원과 같은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 바로 ‘스트레스 제로’다. 
 
어느 날 도심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불괴물이 나타나 시민들이 혼란에 빠진다. 불괴물의 습격으로 직장을 잃게 된 짱돌은 친구 고박사, 타조와 함께 ‘스트레스 제로’를 팔아 백수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음료 스트레스 제로가 불괴물을 저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사실에 짱돌은 두 친구와 함께 히어로처럼 불괴물 저지에 앞장선다. 
 
‘스트레스 제로’는 2012년 ‘파닥파닥’을 연출한 이대희 감독이 9년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횟집 수족관에 잡힌 고등어의 바다 탈출기를 그린 ‘파닥파닥’은 색감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스트레스 제로’는 이 감독의 전작과 많이 달라졌다. 화려한 색감과 희망적인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이 감독 역시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면서 전작과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렇다고 애니메이션이 아이들 눈높이에만 맞춰진 건 아니다. 오히려 보다 보면 성인 관객이 더 공감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애니메이션의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다. 만원 지하철에 가득 찬 사람들. 서로 밀고 밀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스트레스로 인한 결국 폭발해 불덩이로 변한다. 그러자 스트레스 킬러 음료를 마신 히어로가 등장해 불괴믈을 물리친다.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음료의 광고 장면이다. 이후 출근을 하는 짱돌은 앞서 보여준 광고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버스에 타고 사람들에게 밀고 밀리다 보니 잔뜩 스트레스를 받는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스트레스 킬러를 들이킨다. 또한 짱돌은 회사 상사에게 혼이 나면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는다. 
 
또한 어린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짱돌, 고박사, 타조의 어린 시절 모습에서 스트레스 킬러를 개발한 한준수의 과거가 공개된다. 그 과정에서 한준수는 어린 시절부터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맑게 운동장을 뛰어 놓는 짱돌, 고박사, 타조와 달리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준수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경쟁을 부추기고 공부를 강요하는 한준수의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기준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지’를 되돌아 보게 한다. 
 
스트레스 제로. 사진/이대희애니메이션스튜디오
 
‘스트레스 제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은 바로 짱돌이 새 직장을 구하는 모습이다. 짱돌이 불괴물 때문에 직장을 잃고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기 저기 면접을 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불괴물이 등장해 번번히 취업에 실패한다. 면접을 보는 장소에 ‘인간이 미래다’, ‘뼈를 깎는 각오로 매출 성장을’ 등과 같은 문구가 있다. 또한 직원 영업 실적 현황표에 저조한 실적을 보인 인물에 엑시 표시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최근 사람 중심의 경영을 하는 회사가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치열한 경쟁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트레스 제로’에서 보여주는 직업 역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타조는 오토바이를 타고 퀵 서비스 일을 하고 있다. 고박사는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짱돌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결국 오토바이를 구해 타조처럼 퀵 서비스 일을 시작한다. 애니메이션은 퀵 서비스 종사자나 푸드트럭 운영하는 이들의 애환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짱돌이 직장을 잃고 결국 퀵 서비스에 나서는 모습에 회사 면접 장면과 함께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접근할 요소들이 많다. 애니메이션의 빌런인 불괴물은 어린 관객이 보기에도 무섭지 않을 만큼 귀엽다. 이는 ‘뽀로로’ ‘코코몽’ 등 영유아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302플래닛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짱돌, 고박사, 타조가 각자 슈트를 맞춰 입고 호버 보드, 오토바이, 자동차를 타는 모습이 마치 히어로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불괴물을 잡기 위해 ‘스트레스 제로’ 음료가 담긴 물총을 쏘고 물폭탄을 던지는 모습이 나름 신선하면서도 보는 재미를 준다. 
 
세 사람의 불괴물 퇴치 작전을 함께 쫓다 보면 9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이야기 말미에 짱돌이 준수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 대화야 말로 이 감독이 관객들에게 ‘스트레스 제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스트레스 제로’는 2월3일 개봉
 
스트레스 제로. 사진/이대희애니메이션스튜디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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