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으로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이른바 '구하라법'에 대해 시민단체가 반대 입장을 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15일 성명에서 "법무부에서 상속권상실 제도를 도입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한다"며 "국회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상속결격 제도를 수정해 발의한 민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법무부 개정안에서 도입한 상속권상실 제도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법정상속인이 법원에 상속권상실을 청구해 상속권상실 선고를 받도록 하는 제도"라며 "이에 반해 기존의 상속결격 제도는 법률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원의 재판상 선고를 기다리지 않고 당연히 상속인의 자격을 잃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국민의 법감정상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속인과 상속권 유무로 법원에서 다투기가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며 "자칫 상속재산을 놓고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불필요하게 심화하고, 사소한 사유를 가지고도 상속권상실 선고를 청구하는 등 남소를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고 구하라씨 사례와 같이 양육에 기여하지 않은 친부모가 자녀에 대한 재산상속을 주장해 국민의 정서상 상속을 납득할 수 없는 사회적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취지라면 기존의 상속결격 사유에 직계존속이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경우를 추가하면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새로운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7일 민법 제1004조 조항에 상속권상실 제도와 용서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상속권상실 제도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해 중대한 부양 의무의 위반 또는 중대한 범죄 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을 한 경우 피상속인이나 법정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용서 제도는 상속권 상실 사유가 존재하는 때에도 피상속인이 용서를 통해 상속권을 계속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로부터 외면당한 채 홀로 자란 자녀는 자신의 재산을 상속하지 않기 위해 죽기 전 부모를 향해 소송을 걸어야 하는 심적·금전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며 "또한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갑자기 남기지도 않은 '용서하기로 했다는 유서'라도 나타나면 피상속인을 돌본 적격 상속인은 부적격 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재판을 거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 10일 상속결격 사유로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재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등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를 상속결격 사유에 포함하고, 상속결격 확인 절차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른바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