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이통3사(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가 끊임없는 5G 품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설비투자(CAPEX)를 일제히 줄였다.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며 망 구축을 독려했지만, 연초 약속했던 가이던스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3사는 올해 투자 규모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 3사 네트워크 담당자들이 광주광역시 금남로 5가역에서 5G 네트워크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2020년 CAPEX는 7조4578억원으로 2019년보다 약 18% 감소했다. 각 회사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2조2053억원으로 24.3%, KT는 2조8720억원으로 11.8%, LG유플러스는 2조3805억원으로 8.7% 줄었다. 지난 2019년 이통3사의 CAPEX는 SK텔레콤이 2조9200억원, KT가 3조2570억원, LG유플러스가 2조6100억원으로 총 8조7870억원이었다.
SK텔레콤의 경우 유선 장비에 투자하는 SK브로드밴드의 CAPEX까지 합하면 약 3조230억원이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까지 합해도 CAPEX 투자는 23% 감소했다. 지난 2019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CAPEX는 3조7270억원이었다.
업계는 설비투자는 상용화 첫해 가장 크게 집행되고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투자를 늘리기 쉽지 않았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가입자 1100만명에 상용화 만 2년이 다가오는 시점에도 5G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투자 규모를 줄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목표로 했던 CAPEX 가이던스도 달성하지 못했다. KT는 지난해 초 CAPEX 가이던스로 3조1000억원을 제시했으나 목표치의 92%만 집행했다. LG유플러스는 목표였던 2조5000억원에서 약 4.8% 미달했다. SK텔레콤은 가이던스를 발표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5G 품질평가와 세액 공제 등으로 설비투자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위해 24조5000억~27조원 가량의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고, 이통3사도 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설명한다. 하지만 이통사 투자가 다소 기대에 못 미치자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에 5G 기지국 구축 등 투자 옵션을 붙이기도 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말 주최한 '5G 문제 실태 진단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근본적으로는 투자가 많아야 5G 품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이 근원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년(2020년)에 일몰되는 5G 인프라 구축 세액 공제를 연장하고,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의 5G 품질 평가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도 "5G 불만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지국 부족으로 발생한 커버리지의 미확보"라며 "5G 전국만을 조기에 구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5G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생각과 달리, 이통3사는 올해 CAPEX를 늘릴 계획이 없다. SK텔레콤과 KT 모두 2020년 실적 발표에서 CAPEX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하거나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가이던스에서 약 12%(3000억원) 줄어든 2조2000억원을 목표치로 밝혔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