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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제복지원 박인근 감금 무죄' 비상상고 기각
"'감금은 정당행위' 법 적용 잘못된 것 아니야"
입력 : 2021-03-11 오전 11:52:5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주범 고 박인근 전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 관련 무죄 판단을 다시 해달라며 낸 비상상고를 대법원이 기각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1일 문 전 총장이 제기한 박 전 원장의 '야간감금행위(특수감금)'와 '주간감금행위'에 대한 무죄 판단에 대한 법리적용이 잘못됐다며 다시 판단해달라고 낸 비상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특수감금에 대한 무죄 판단과 관련해 "원판결 법원이 위법성 조각사유로 적용한 법령은 내무부 훈령이 아니라 형법 20조 및 법원조직법 8조"라면서 "내무부 훈령은 형법 20조를 적용하기 위한 전제사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내무부 훈령이 상위법령에 저촉돼 무효인 사실을 원판결 법원이 간과했다는 검찰총장의 주장은 형법 20조 적용에 관한 전제사실을 오인한 것이고, 그로 인해 피고인의 특수감금 행위에 형법 20조를 잘못 적용했더라도 이는 사실 오인에 따라 법령 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비상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행위에 관한 원판결 법원의 포섭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고, 형사소송법 441조의 비상상고 사유로 정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권위주의 체제 아래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한 대표적 사건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사회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박씨에 대한 특수감금 무죄 판단은 파기돼야 한다는 문 전 총장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원은 형사소송법에서 비상상고이유로 정한 '법령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이는 종래 대법원이 적용해 온 것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일 법원이 원칙을 벗어나 비상상고를 쉽게 허용한다면 법적 안정성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비상상고 제도의 의의와 기능과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간감금행위에 대한 무죄판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야간감금행위(특수감금) 부분과 포괄일죄로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서 "원판결은 대법원 파기판결에 의해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비상상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냈다.
 
다만 "지난해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으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재개할 수 있고, 위원회 활동으로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와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통해 피해자들의 아품이 치유돼 사회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박 전 원장이 1986년 7월부터 1987년 1월까지 경남 울주군에 있는 울주작업장에서 경비원과 감시견을 동원해 복지원 수용자들에게 석축 공사 등 강제노역을 시키고, 도망하거나 일을 하지 않으려는 수용자들을 목봉으로 폭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가한 사건이다. 그중 일부 수용자는 폭행으로 사망했다. 12년간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2014년 3월 확인된 사람만 551명에 달한다.
 
박 전 원장이 피해자들을 복지원에 수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5년 7월부터였다. 부산시와 '부랑인의 수용·보호 등을 목적으로 한 ‘부랑인선도(수용보호)위탁계약'을 맺고 보조금을 받았다. 그해 12월에는 내무부장관이 훈령 제410호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을 발령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박 전 원장을 횡령 및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부산지법 울산지원은 1987년 6월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박 전 원장에 대해 징역 10년과 벌금 6억 8178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대구고법은 같은 해 11월 특수감금 혐의 중 주간감금행위는 형법 20조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3월 대법원은 야간감금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는 있지만 형사상 감금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면서 이마저 무죄로 판단하고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야간감금행위는 유죄라며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2차 상고심에서 1차 상고심 판단을 유지하고 다시 파기환송했다. 결국 2차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989년 3월 "기속력을 가지는 1, 2차 상고심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라고 판시하면서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2018년 9월 이 사건을 재심의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조사·심의를 거쳐 당시 문 총장에게 비상상고를 권고했고, 한달 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심의를 거쳐 같은 권고를 내렸다.
 
진상조사단은 검찰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형제복지원 울주작업장에 대한 수사과정에서는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수사, 원장의 횡령에 대한 수사 등을 방해하거나 축소했으며, 형제복지원 본원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하지 않아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을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형제복지원의 위법한 수용과 감금과정에서의 위법행위 등이 사실상 부산시의 묵인하에 계속됐다고 했다.
 
문 총장은 같은해 11월 항소심과 상고심이 각각 위헌·무효인 '내무부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형법을 잘못 적용했다며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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