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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주 태아' 꺼내 살해한 의사 징역 3년6개월 확정
대법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의사낙태죄는 무죄"
입력 : 2021-03-14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임신 34주 된 건강한 태아를 산모의 부탁을 받고 살해한 의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다만, 업무상촉탁낙태죄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헌법재판소가 업무상촉탁낙태죄를 정한 형법 270조 1항이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살인 및 업무상촉탁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하고, 헌법재판소법 47조 3항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법원으로서는 해당 조항이 적용돼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면서 "같은 판단에서 업무상촉탁낙태부분에 대해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3월 인터넷 낙태수술 광고를 보고 연락한 한모 B씨와 모친 C씨로부터 낙태시술을 부탁받고 제왕절개 방법으로 낙태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당시 태아는 이미 34주 가량 성장해 몸무게가 약 2.1kg 달하는 등 건강한 상태였고 제왕절개시 생존확률이 매우 높았다. 실제 제왕절개로 B씨의 몸에서 꺼냈을 당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A씨는 그러나 태아를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은 물 속에 담가 질식시켜 살해한 뒤 사체를 의료폐기물로 위장해 업체에 인계했고, 업체는 사체를 소각했다.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수술에 같이 참여한 마취과 전문의와 공모한 뒤 사산한 태아를 A씨 몸에서 꺼낸 것으로 진료기록부 등을 조작했다.
 
1심은 지난해 4월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사 쌍방이 항소한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6개월만 선고됐다. 재판부는 "헌재가 의사를 처벌하는 업무상촉탁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상 처벌 근거조항이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는 2019년 4월11일 재판관 9명 중 헌법불합치 4명, 단순 위헌 3명, 합헌 2명 의견으로 '형법 269조 1항(자기 낙태죄)'와 '270조 1항(업무상촉탁낙태죄, 일명 의사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가 2020년 12월31일까지 개정해야 한다고도 결정했지만 개정 없이 시한을 지남으로써 해당 규정은 올해 1월1일자로 효력을 상실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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