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인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주기 바란다"며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범정부 총력전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이제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가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철저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한편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우리는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과 공평한 기회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짓밟았다"고 반성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국민의 기대도 무너뜨렸다"면서 "대다수 공직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상처를 주었고,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분노는 드러난 공직자들의 투기행위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까지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부동산으로 나뉘는 인생과 새로운 신분 사회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손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투기행위들과 개발 정보의 유출, 기획부동산과 위법·부당 금융대출의 결합 같은 그 원인의 일단도 때때로 드러났지만, 우리는 뿌리 뽑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출발은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도시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공직자와 기획부동산 등의 투기 행태에 대해, 소속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엄정하게 처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주기 바란다"며 "하다 보면 조사와 수사 대상이 넓어질 수도 있다. 멈추지 말고,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한 "드러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할 것"이라며 "차명 거래와 탈세, 불법 자금, 투기와 결합된 부당 금융대출까지 끝까지 추적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강력한 투기 근절방안과 재발방지책을 빈틈없이 시행해 부동산 부패가 들어설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재산등록제도 모든 공직자로 범위 확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상설적 감시기구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투기자에 토지 보상 불이익 부여 △농지 취득 심사 대폭 강화 등을 언급하고 국회의 협조 등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코로나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경제 정책 운용을 비교적 잘해왔지만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매도 매우 아프다. 지금을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재는 지난해 6월 권력기관 개혁 등을 논의한 이후 9개월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인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부의 근간을 흔드는 공직자 투기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범정부 총력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소개했다.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황서종 인사혁신처장 등이 참석했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김대지 국세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장들도 총출동했다.
협의회 멤버는 아니지만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체제를 가동한다는 의미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부동산 대책 관련 부처인 변창흠 국토부 장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도 함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범정부 총력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습이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