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갈등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이 비슷한 시기 한국을 만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 미국은 '제재 우선', 중국은 '대화 우선'을 내세워 문재인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가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3국 안보 수장 회동으로 '바이든표 대북정책' 막판 조율의 자리였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가졌다. 사진은 서 실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찾아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서 실장은 특파원들과 만나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언론발표문에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전면 이행 △핵 비확산 △한반도 내 억지력 강화와 평화·안정 유지 등을 이야기했다. 북한의 위협을 경계하며 현행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 한 것이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가 끝나고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양측은 4시간30분의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 장관은 "중국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책과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한국과 함께 대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제재와 대화 선후관계'를 두고 미중 온도차가 느껴지긴 하지만, 양국 모두 북핵 문제의 외교적·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미중의 협력을 얻어 북한과의 대화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미중은 한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고 가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과 함께 '대중 포위망' 구축 완성을, 중국은 한국을 포섭해 포위망 붕괴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는 북핵 문제외에도 '인도·태평양 안보에 관한 공통 관심사', '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공동의 비전 증진', '반도체 공급망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미일이 중국을 외교와 경제적으로 견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내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인 점에 주목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 추진 및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 등 각종 대화체 가동을 통해 양국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단됐던 '한중 외교안보(2+2) 대화' 재개에 합의했다. 이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두 나라 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동북아 평화에 중요하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