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SK텔레콤(017670)이 장고 끝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인프라 회사를 존속회사로 두고 반도체를 포함한 ICT 투자전문회사(중간지주사)를 신설하는 인적분할안이다. 주주 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됐던 중간지주사와
SK(034730)㈜의 합병 계획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통신-신성장 사업으로 분할…"자회사까지 제값 찾겠다"
존속회사인 AI&디지털 인프라컴퍼니(AI&Digiatl Infra컴퍼니, 가칭)에는 시장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의 '무선통신사업(MNO)'과 유선통신사업인 'SK브로드밴드'가 함께 간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이 포함돼 5G 등 통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인프라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가칭)에는 이번 지배구조의 핵심인
SK하이닉스(000660)뿐만 아니라 미디어·보안·커머스 등 ICT 신사업까지 포함됐다. ICT 신사업은 SK텔레콤이 탈통신을 주창하며 영업이익의 24% 비중까지 키워왔던 신성장 동력이다.
SK텔레콤 측은 "국내 1위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춰 반도체와 New ICT 사업을 확장하고 주주들에게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구성원들과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설명했다. 사진/SK텔레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SK텔레콤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자회사 모두 제대로 된 시장 가치를 평가받을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원스토어 등 신설 회사로 분할되는 자회사는 그동안 통신 산업에 속해 있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오는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기업공개(IPO)에서도 각 회사의 가치를 지금보다 더 높게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말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은 SK텔레콤의 안정적인 배당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와 ICT 사업의 성장성을 원하는 투자자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이벤트"라며 "현재 저평가된 SK텔레콤의 자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기회가 돼 주주 가치라 상승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룹사와 중간지주사 합병은 미정…기존 주주 불만 잠재우기 위한 선택
눈길을 끄는 것은 신설되는 중간지주사와 SK㈜의 합병 계획이 없다는 부분이다.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은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끌어올려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을 용이하게 하고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양 사의 합병은 필수불가결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합병이 진행될 경우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기 위해 기존 주식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SK텔레콤 기존 주주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주주 반발을 의식한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와 SK㈜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일단 못 박은 상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의 손자회사로 남기에 공정거래법 등 규제 이슈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는 당장이 아니더라도 두 회사가 결국 한 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ICT 투자전문회사가 중간지주사 형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 SK이노베이션, SKC가 중간지주사 형태로 구조가 이뤄져 있어 SK㈜ 아래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가 그대로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분할은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주사는 현행 20% 이상 보유로 규정된 자회사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20.1%다. SK하이닉스 지분을 10% 추가 매입하는 데는 약 10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