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해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발탁한 것에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청와대는 적잖이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야당은 기 기획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방역 정책의 전문성·효율성 강화를 위한 발탁이라는 입장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기 기획관의 '거짓 여론몰이'에 정부의 백신 확보가 차질을 빚었다면서 "앞으로도 청와대에서 백신 확보에 대한 잘못된 의견을 피력해 코로나19 극복에 방해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기 기획관 임명 철회를 주장했다.
야권이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기 기획관이 국립암센터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해 11월 라디오에서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백신 구매가)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발언한 대목이다. 당시 불확실했던 백신 성능, 외국에 비해 안정적인 국내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한 발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백신 수급 불안정 사태'는 예상하지 못한 셈이다.
청와대 측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비서관급 인사를 겨냥한 야당의 정치 공세에 일일히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기조다. 문 대통령의 최근 '인적쇄신' 취지를 퇴색시키려는 야당의 의도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역기획관은 이번 인사에서 신설된 자리로, '방역 강화'와 '백신 확보'를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 청와대 측은 "기 기획관은 예방의학 전문가로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 등 방역 대책 마련과 국민들의 코로나19 이해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소개했다.
기존에는 사회정책비서관실이 방역과 백신 업무를 동시에 맡아왔지만, 백신 업무에 보다 집중하라는 차원에서 방역 업무만 따로 빼냈다. 방역 전문가의 합류로 코로나19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 출신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의 업무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백신 확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5월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코로나 대응 및 백신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 정부와 '백신 스와프'를 진지하게 협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선 방역기획관이 질병관리청의 '옥상옥'이 돼 혼선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방역기획관 신설은 청와대 차원에서 방역 체계를 지원하고 협의·논의한다는 것"이라며 "방역 전략 결정의 큰 틀은 계속 중대본(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교통정리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해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발탁한 것에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방역 정책의 전문성·효율성 강화를 위한 발탁이라는 입장이다. 사진은 기 기획관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