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자동차(현대차)와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기차 배터리(삼성SDI) 등 성장주로 꼽히는 기업들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지난 1월 연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진 하락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내달 3일 재개되는 공매도가 코스피200 등 대형주에 한해 시행되는 만큼 이들 종목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투심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거뒀으나 주가는 여전히 하락폭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며 15만500원까지 올랐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 기준 연고점에 비해 13.6%나 감소한 상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8조4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영업이익도 1조324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6% 증가했다. 증권가 영업이익 컨센서스인 1조3000억원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1분기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각각 44%, 146%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영업이익이 각각 92%, 142%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들 종목도 전고점 대비 하락폭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종목별로 현대차가 연고점 대비 23.35% 하락했고, 기아도 20.19% 감소했다. 삼성SDI와 삼성전자는 각각 18.45%, 15.18% 내렸다.
이는 실적발표 전 선반영 됐던 실적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데다, 내달 재개되는 공매도에 대한 우려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공매도가 재개된 사례는 지난 2009년 5월과 2011년 11월 두 번이다. 두 번의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성장주의 주가 상승률이 가치주 대비 낮은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통상 가치주에 속하지만 올해 유독 높은 성장률을 보였단 점에서 공매도에서 자유롭다고 보긴 힘들다.
KRX자동차와 KRX반도체 지수는 올해 들어 각각 19%, 20%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1% 8~9%포인트 상회한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에서는 주가수익배수(PER)가 높은 업종과 주가가 단기간 많이 올랐던 종목들이 타깃이 된다”며 “단기적으로 성장주, 바이오 등 PER가 높은 종목 위주로 고점 대비 주가 하락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공매도 재개로 종목별 수익률 격차와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강세장 기조에 있는 한국 증시의 방향성이 훼손되진 않을 것이란 견해다.
배한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재개 시점에서 국내증시 약세가 나타나긴 했으나 두 시기 모두 100거래일 내에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며 “코로나19 백신 배포와 주요국 정책지원으로 공매도 우려 요인이 경감된 만큼 과거 사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공매도 재개 모의테스트 현장. 사진/금융위원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