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의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던 증권가의 전망과는 반대 행보다. 공매도 재개와 외국인의 매도가 국내 지수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의 순매수 유입을 위해선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요 확대와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3일부터 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622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4월 3716억원을 순매수하며, 5개월 만에 순매수 전환했는데, 공매도 재개 이틀 만에 지난달 순매수 금액 이상을 팔아치운 것이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최근 이어진 달러 강세와 신흥국 ETF의 수요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하락세를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지난달 말 연고점을 찍고 1.5% 이상 내려왔는데, 이달 다시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향후 주식투자 수익과 함께 환차익을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외국인 자금 유입에 도움이 되곤 한다.
신흥국 ETF의 수요가 감소한 것도 외국인 자금 이탈의 요인이다. 현재 외국인의 국내증시 매매패턴은 전형적인 패시브 성격을 보이고 있는데,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는 MSCI 신흥국 지수 추종 ETF의 자금 유입이 지난달 말부터 사라졌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 산하 ETF닷컴에 따르면 국내증시에 외인 자금이 유입된 지난 4월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대표 ETF인 ‘iShares MSCI 신흥국’에는 올해 처음으로 1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3월 마지막 주부터 4주간 해당 ETF에 유입된 자금은 22억달러(2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중 갈등과 인도의 코로나19 확산 등이 부각되면서 마지막 주에는 해당 ETF의 자금 유입이 완전히 멈췄고,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졌다.
해당 ETF는 MSCI 신흥국(EM)지수를 추종하는데, MSCI EM에서 한국 주식 비중은 13.3%로 중국(32.1%)에 이어 2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공매도에 대한 공포심으로 개인들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외국인의 수급은 국내증시 상승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21거래일 중 12거래일을 순매수했는데,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뤄진 날은 모두 지수가 상승했다. 외국인이 국내증시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코스피도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이달 개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3770억원, 2307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코스피는 0.7% 상승하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수급은 대체로 원·달러 환율이나 신흥국 ETF의 자금 증감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며 “외국인의 국내 증시의 유입을 위해선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와 신흥국 ETF의 수요증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