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증시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확대로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호실적과 실적 전망 상향이 국내증시를 받치고 있지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언급과 물가 지표 상승이 부담 요인이다. 종목별 투자에선 외국인 수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반기리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단기 코스피 예상밴드를 3150~3250선으로 전망했다. 물가와 금리, 증세 등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양호한 매크로·실적 전망으로 추세적 흐름이 훼손되진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최근 물가 상승과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가 다소 오를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고, 테이퍼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미국 나스닥 지수는 1.88%나 급락했다.
옐런 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채권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옐런 장관이 금리 인상 언급 직후 발언을 수습했으며, 클라리다 부의장도 테이퍼링은 시기상조라는 연준 스탠스를 재차 강조한 덕분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옐런 장관의 발언이 연준의 금리인상을 시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연준은 경제가 완전히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긴축은 없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옐런의 발언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에 초점을 둔 것”이라며 “외생변수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기업들의 실적추정치 상향조정이 계속되고 있고, 펀더멘털은 변한게 없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급격한 정책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지만 연준위원들의 발언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주(9~15일) 시카고 연은(10일), 뉴욕, 샌프란시스코 연은(11일), 세인트루이스 연은(13일), 댈러스 연은(14일) 총재의 발언이 있을 예정인데, 일부 연준위원들은 테이퍼링 논의를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소매판매는 각각 12일, 14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동월 대비 3.6%로 3월 2.6%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물가 상승률에는 본격적으로 기저효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큰 폭의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증시에선 12일 새벽에 발표될 MSCI 반기 리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MSCI는 글로벌 주가 지수로 미국계 펀드 대부분의 투자가 해당 지수를 따르는 만큼 외국인의 자금과 직결된다. 이달 있을 반기리뷰에선 해당 지수에 편입·편출 종목들이 결정될 예정이며, 실제로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리밸런싱(재조정)은 27일에 진행된다. MSCI에 편입되는 종목에는 외인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며, 편출 종목에는 외인 자금의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반기 리뷰에서 HMM, 하이브, 녹십자, SKC, 카카오게임브 등의 편입 가능성이 높으며, 오뚜기, 한국가스공사, 롯데지주 등은 MSCI 지수에서 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가 다소 오를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테이퍼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