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휴가 복귀 후 격리된 장병들에게 지급한 음식이 논란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장병들이 제보한 사진을 보면, 과연 세계 10대 경제대국 군대의 음식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식판에는 음식이 담긴 부분 보다 비어있는 부분이 훨씬 많다. 구성은 김치와 햄 등 반찬 한두 가지가 전부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서욱 국방부 장관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대국민사과를 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군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배식 시 간부 입회', '주요메뉴 10~20g 증량'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는데, 반찬의 적은 양이 부실 급식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20g이라는 숫자의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군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부실 급식 제보도 현재진행형이다.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육대전에는 10일 현재까지 장병들이 격리 기간 받은 부실 급식 사진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시물 댓글에는 "북한인가", "감방과 뭐가 다르냐"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가 되면 사과한 뒤 탁상행정식 대책을 내놓고, 다시 문제가 반복되는 패턴을 보여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부실 급식 논란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투명한 정보 공개다. 그 동안 군대 내 문제는 조직 특성상 보안을 이유로 가려지고 은폐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실 급식 문제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군의 개선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7월부터 장병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고 공론화돼 미비하지만 대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현재 장병들은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공정성에 민감하고, 부당한 대우와 부조리한 일에 참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는 MZ세대들이다. 이대남들은 더이상 군대도 '라떼'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육대전에서도 "'라떼(내 시절) 이야기하면서 나는 옛날에 저것보다 심했으니 참고 견뎌라' 이런 마인드 진짜 거슬린다. 나도 힘들었으니 남도 힘들어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건가"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시대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었다. 정말 군대도 바뀔 때가 됐다.
문장원 정치부 기자(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