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중기IT부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올 1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라 할 만한 호실적을 거뒀다. 상용화 2주년을 맞은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증가세가 실적을 뒷받침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활성화한 비대면 서비스·솔루션, 기업간거래(B2B)·정부거래(B2G) 사업 수주 등 신사업 성과가 실적에 반영됐다. 이에 힘입어 3사 합산 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7년 2분기 이후 14분기만이다.
이들 기업이 기본으로 전개하고 있는 통신 사업은 대국민 서비스다. 좋은 실적을 거두면 그만큼의 사회 환원 정책 요구가 뒤따르는 게 자연스러운 이유다. 사업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사회·산업 전반에서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바람'에 맞춰 각 사는 앞다퉈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ESG 경영을 선포하는가 하면, 이를 위한 ESG위원회를 신설하거나 신설을 계획 중이다.
이같은 자발적 움직임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본업인 통신 분야에서의 사회 책무가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최근 '잇섭' 사태에서 보듯 통신사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유명 유튜버 잇섭이 제기한 초고속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에 통신사들은 정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회에선 '인터넷 속도저하 방지법'이 발의됐고, 이용자 사이에서는 집단 소송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상용화 2주년을 맞은 5G 서비스 역시 여전히 '불통 서비스'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중이다.
이러한 비난 속에서 통신사의 올 1분기 설비투자(CAPEX) 액수도 줄어 망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각 사 발표에 따르면 SKT는 전년 대비 46.2% 줄은 165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했고, KT는 같은 기간 28.9% 감소한 2894억원의 설비투자를 지출했다. LG유플러스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증가한 38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3사를 아울러 판단할 때 이 정도 수준으로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습이라 보기 힘들다.
투자 규모라는 '숫자'만으로 통신사의 품질 경쟁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초고속인터넷, 5G 등 서비스 전반의 수준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디어, 솔루션, 플랫폼 등 비대면 신 시장을 잡기 위한 이른바 '탈통신' 전략도 기본인 통신 서비스가 안정됐을 때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특수만 노린다는 비판 앞에서 통신사가 자유로우려면 먼저 '품질 고도화'라는 본연의 사회 책무를 다해야 한다.
김동현 중기IT부 기자(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