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B금융투자가 올해 1분기 증시 활황에 힘입어 실적반등에 성공했으나 경쟁사 대비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원종 DB금투 대표이사 사장(사진)의 올해 목표였던 WM사업부 강화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사지/DB금융투자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591억3777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45억3515만원) 대비 1203%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증시 폭락의 기저효과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 높은 영업이익 상승률은 영업수익 증가보단 영업비용 감소에 따른 영향이 컸다.
실제 DB금투의 올해 1분기 영업수익은 4742억원으로 전년 동기(6498억원) 대비 27% 감소했다. 다만 영업비용도 4150억원 작년 1분기(6452억원) 대비 2300억원 가량 줄었다.
DB금투의 영업비용 감소는 파생상품사업부와 위탁매매사업부, 저축은행 사업부의 실적 개선이 이끌었다.
위탁매매사업부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 국내외 증시가 폭락한 이후 주식 열풍이 불면서 대부분의 중소증권사들의 수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2배가량 늘었다. DB금투의 올 1분기 위탁매매 부문 영업이익은 169억원으로 전년 동기(56억원)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이밖에 자기매매업과 자산관리 영업이익이 각각 16%, 40%씩 증가했으며, 저축은행업이 흑자전환했다.
특히 파생상품사업부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DB금투 파생상품사업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파생결합상품 자체 헤지 등 관련 손실이 188억원에 달했으나 올해 자체 헤지 관련 손실을 해소하면서 253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파생상품사업부가 지난해 대비 441억원의 수익을 거뒀으나, 경쟁사들이 수익을 내고 있는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사업에선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DB금투는 지난해 1분기 WM사업부에서 3억4000만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올해 1분기에는 198억60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반면 경쟁 중소증권사들은 WM부문 수익성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 IBK투자증권의 WM부문 영업이익은 206억원으로 전년(126억원) 대비 63% 증가했으며, 유안타증권도 10억원에서 25억원으로 150% 증가했다.
DB금투의 투자은행(IB) 부문 영업이익은 19%(35억원) 증가했으나 경쟁사 대비 상승폭이 낮았다. 올해 1분기 SK증권과 IBK투자증권의 IB부문 수익은 각각 138%, 101% 증가했다.
증권업계 장수 CEO로 손꼽히는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19년 역성장에도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신뢰를 받으며 작년 주총에서 6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DB그룹이 김남호 회장의 2세 경영이 시작되는 만큼, 고 사장이 확실한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DB금융투자가 영업이익 1200% 상승이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2021년은 정부 유동성 공급정책의 축소 가능성 및 시중금리 상승 등 불확실성이 높다. 이에 따른 위탁 및 자기매매 부문의 실적 변동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WM, IB 실적을 더욱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원종 사장이 김준기 전 회장의 신임을 얻어 연임에 성공했지만 김남호 회장 취임 후 DB생명, DB저축은행, DB캐피탈 등 일부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바뀌었다”며 “그룹 내 세대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더 나은 성과와 분명한 실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DB금융투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WM사업부의 획기적 증대 전략과 IB·WM사업부의 적극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