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공동취재단·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 마주하는 자리에서부터 서로에 대한 깊은 유대와 신뢰, 소위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다. 문 대통령은 "오랜 친구처럼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정상회담 소감을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은 약 6시간에 걸쳐 '노마스크' 정상회담을 했다. 당초 단독회담은 15분, 소인수회담은 25분으로 계획됐지만, 각각 37분과 57분으로 길어졌다. 1시간이 예상됐던 확대회담도 77분간 진행됐다.
결국 생중계가 예정됐던 공동기자회견은 예정보다 1시간 늦춰진 오후 6시부터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독회담을 했을 때 너무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 논의했다"면서 "그 때문에 제 스태프가 계속 '너무 오랜 시간 대화하고 있다'는 메모를 보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출처/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문제의 단독회담은 오찬을 겸해 진행됐다. 미국 측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메인으로 하는 메뉴를 준비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메뉴를 함께 했다.
양 정상은 원탁테이블에 가깝게 앉아 마스크 없는 오찬을 진행했다. 정해진 의제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환담을 나눴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가톨릭 신앙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사, 변호사 경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2m 길이의 긴 테이블 양 끝에서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됐던 지난달 미일 정상의 20분간의 '햄버거 오찬'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마스크 두 장을 겹쳐 쓰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맞이했고, 스가 총리는 햄버거에 손을 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4월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햄버거 오찬’을 하는 모습이다. 출처/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중공군에 맞서 싸운 미군 참전용사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로 불리는 최고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명예훈장 수여식이며, 외국 정상이 참석한 것도 문 대통령이 최초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워싱턴에 체류하는 기간 '루스벨트 기념관'을 시찰하고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윌튼 그레고리 워싱턴 대주교와 면담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더욱 깊게 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뉴딜 정책'으로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이끌어 오늘날 초강대국 미국의 기반을 만든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공유하는 '롤 모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에 루스벨트의 초상화를 놓았을 정도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 해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격화된 미국 내 인종갈등 해결에 앞장섰고, 바이든 대통령과 남다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세례명 디모테오)과 바이든 대통령(세례명 요셉)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이어 자국에서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랠프 퍼킷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애틀랜타 공동취재단·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