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에 주춤하던 코스피가 한미정상회담의 수혜주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자동차, 원전 등 다방면에서 구체적 경제협력 방안을 약속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존 주도주들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이날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완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4일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으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위탁생산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기간 동안 양국이 백신과 관련해 맺은 계약이나 양해각서(MOU)는 모두 4건이다.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내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방식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과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의 차세대 백신 개발을 위한 MOU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상장 두달만에 17만원선을 터치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장초반 4%넘게 오르며 9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에 기술이전이 빠지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으나, 합의문에선 백신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경제협력 내용이 확인됐다.
먼저 국내 대기업들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공급망 협력을 위해 4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반도체공장 파운더리 증설에 1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SK하이닉스(000660)는 연구개발(R&D)센터 건립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은 배터리에 140억달러,
현대차(005380)는 자동차 공장에 74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는 미국 현지에 이뤄지지만 국내 소재·장비 기업들도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
항공우주 분야와 원전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양국은 해외원전 수주에 공동진출하기로 했는데,
두산중공업(034020) 등 한국 원전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관리 능력을 갖춘 만큼 그간 ‘탈원전 정책’으로 외면받던 원전주가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공동 수주 움직임은 국내 원자력 업계에는 희망적”이라며 “중동, 유럽 등에서 원자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데, 만약 EU택소노미에 원자력 포함이 결정된다면 원전 수요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로 항공우주개발도 자유로워졌다. 미국과 한국이 1978년 체결한 이 지침은 미국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전하되 국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미사일지침 해제로 탄두 무게에 구애받지 않게 되면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독자적인 개발·배치는 물론 우주로켓 기술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위치한 반도체, 자동차, 2차 전지, 제약·바이오 등에 직접적인 투자, 파트너십 강화는 코스피 상승추세 강화에 힘이 된다”며 “우주, 원전 산업 등에 유입되는 기대감은 개별종목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 간 위탁 생산 계약 MOU 체결 현장. 사진은 왼쪽부터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CEO.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