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CJ ENM이 글로벌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폭 확대된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전쟁터가 된 콘텐츠 시장에서 K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CJ ENM은 이를 위해 웰메이드 지식재산권(IP)을 넘어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IP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가 31일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는 31일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웰메이드 IP 양산을 위해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릴 예정"이라며 "올해만 8000억원의 콘텐츠 투자 비용이 잡혀 있고, 향후 5년간(2025년까지) 총 5조원의 콘텐츠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CJ ENM은 올해 8000억원을 투자하면 약 2000편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임상엽 CJ ENM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렇게 되면 하루 4개 정도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수준이다"며 "절반 정도는 드라마에, 나머지는 예능과 영화 등에도 투자된다"고 했다. 임 COO는 "물론 여기에 티빙 콘텐츠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CJ ENM은 콘텐츠 투자 확대로 원천 IP 확보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글로벌 시청자의 관심을 끌 '프랜차이즈 IP'를 만들 생각이다. 오래도록 생명력을 가질 프랜차이즈 IP로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대표는 "드라마·영화·웹툰·공연 간의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로 완결된 콘텐츠 세계를 완성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예능·영화·애니메이션까지 아우르는 전문화된 멀티 스튜디오를 갖추고, 다양화된 고객의 취향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애자일한 기업 역량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연평균 1조원 규모의 투자가 무리한 확대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콘텐츠 시장과 함께 콘텐츠 투자 증가율도 성장해 왔는데, 여기 대입해보면 큰 격차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6000억원에서 올해 8000억원으로 투자 규모가 늘어난 것도 회사와 기업 성장률에 맞춘 것이다. 나아가 시장 상황에 따라 콘텐츠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엽 COO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스튜디오와 협상·제휴 등으로 (투자가) 더 늘어날 계획이 있다"며 "지상 경쟁력 확보, K-콘텐츠 선점 부문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실적이나 캐시플로우(현금 흐름)를 반영해 콘텐츠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것이며, 이는 추가적 조달 없이도 가능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 사진/CJ ENM
CJ ENM의 OTT 자회사 '티빙'도 CJ ENM의 프랜차이즈 IP 확보에 큰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는 "티빙은 전체 오리지널 투자의 50% 이상을 프랜차이즈 IP 육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일성으로 소모되는 콘텐츠가 아닌,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세계관을 구축해 장기간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형 IP의 힘으로 티빙의 지난 4월 기준 누적 유료 가입자는 독립 법인 출범 이전인 지난해 9월보다 63% 늘었다. 이 기세를 타 오는 2023년까지 800만명의 국내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티빙의 목표다.
이명한 대표는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캠프나 유명가수전 히든트랙 등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는 CJ ENM과 JTBC의 대표 프로그램에 티빙만의 재미를 더한 부가 콘텐츠, 내지는 스핀오프다"며 "이들이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즐거움을 드리고, 팬덤을 확장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이렇게 확보한 K-콘텐츠를 핵심 플랫폼인 '티빙'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타깃 시장뿐만 아니라 남미·동남아까지 타깃 삼았다. 티빙은 올해 하반기 중에는 해외 전략적 파트너와의 협업 사항을 공개할 계획이다.
양지을 대표는 "2022년에는 우리나라 밖에서도 현지 고객들이 티빙의 K콘텐츠를 직접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매우 다양한 해외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