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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수익 구조 개선 못 하면 글로벌 시장 하도급으로 전락"
강호성 CJ ENM 대표, IPTV 업계 겨냥 '작심발언'
입력 : 2021-05-31 오후 2:18:45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콘텐츠를 인터넷TV(IPTV) 플랫폼에 공급하면 제작비의 3분의1 정도를 수신료로 받는다. 미국은 제작비의 100% 이상, 120%까지도 수신료로 받는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면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반면, 한국은 부가 수입에서 나머지 제작비를 찾을 수밖에 없다."
 
강호성 CJ ENM 대표. 사진/CJ ENM
 
강호성 CJ ENM(035760) 대표는 31일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콘텐츠 시장의 유통 구조나 분배 방식이 선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TV(IPTV) 사업자들이 최근 '갑질'을 멈추라며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강 대표는 협찬 위주의 현 분배 방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콘텐츠 시장은 글로벌 OTT의 하도급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선계약 후공급' 제도가 안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의 이런 발언은 IPTV 업계와 CJ ENM 간의 콘텐츠 사용료 갈등과 연관이 있다. 통신3사(KT(030200)·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032640))로 구성된 한국IPTV방송협회는 지난 20일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전년 대비 25% 이상이라는 비상식적 수준으로 콘텐츠 공급 대가를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 해당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이름은 명시되진 않았지만, 업계는 성명의 대상이 CJ ENM이라 받아들였다. 이에 CJ ENM도 즉시 "일부 IPTV사가 해외 OTT에는 파격적인 수익 배분을 해 주면서 국내 콘텐츠 평가에는 인색하다"며 콘텐츠 제값을 치르라고 반박했다. 
 
강 대표는 K-콘텐츠가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콘텐츠 가치가 제대로 매겨져야 한다고 말한다. 낮은 수신료를 끌어올림으로써 협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한국 콘텐츠 시장 전체가 살길이며, 우리 IP를 지키는 길이라는 것이다.  
 
강 대표는 "글로벌 OTT들이 한국 시장에 바로 뛰어들고 있는데, 전향적 시장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우리 제작사들은 IP를 다 주면서도 제작비의 110%, 120%를 보장해 주는 글로벌 OTT로 줄 설 것이다"라며 "문제는 IP를 다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콘텐츠 시장이 분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우리 시장이 글로벌 OTT의 메이저 스튜디오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강 대표는 이런 문제를 잘 보여주는 예시로 '조선구마사' 폐지 사태를 들었다. 그는 조선구마사가 역사를 왜곡하면서도 중국 자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주 수입원이 수신료보다 부가수익인 협찬에 천착하는 아주 문제 있는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치르지 않으려는 IPTV의 행태가 이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는 "케이블 방송(SO)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콘텐츠 제작자에게 제공하고, 영세한 SO도 (수입의) 상당 부분을 콘텐츠에 쓰고 있다"면서 "그런데 유료방송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IPTV는 이에 조금 인색하다"고 했다. 
 
강 대표는 최근 국회 법안 발의를 계기로 벌어진 콘텐츠 '선계약 후공급' 제도 찬반 논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콘텐츠 업계의 관행인 '선공급 후계약'이 제작비 회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게 해 항상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원래는 선계약 후공급이었다가, 종편이 들어서면서 연말을 넘긴 수신료 계약이 관행으로 지속됐다"며 "선계약 후공급이 하루속히 이뤄져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예측가능성을 갖고 제작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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