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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공군 성폭력…'군 수뇌부' 책임론까지
여 부사관 성추행 사건, 초기 보고부터 조사까지 총체적 부실
입력 : 2021-06-03 오후 3:25:53
[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건에 이어 군사경찰 소속 간부의 여군 불법 촬영 사실까지 드러나자 군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군정권을 가지고 있는 서욱 국방부 장관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등 수뇌부 책임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관이 외부 '특검'을 받겠다고 스스로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3일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까지 한 과정에는 부실한 사후 대처와 부대의 조직적인 사실 은폐 시도가 있었다. 특히 장관 보고 이후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가 되고 나서야 가해자를 구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공군 법무실로부터 받은 사건 보고서를 보면 우선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가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뒤 보름이 지나 이뤄졌다. 3월 3일 최초 신고 이후 군사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3월17일 분리하고 가해자를 다른 부대로 파견 이동시켰다. 그 사이 피해자는 부대 상관들로부터 조직적인 회유 등 2차 가해를 겪었다.
 
또 성추행 사실을 보고 받은 A준위는 곧바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피해자를 불러 저녁 식사를 하면서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사건 무마가 어려워지자 A준위는 윗선인 대대장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는데, 그때까지 무려 10시간이 걸렸다.
 
중요한 증거인 가해자의 휴대폰도 피해자가 사망한 뒤에 확보했다. 가해자는 군사경찰로부터 3월17일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가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인했다. 증거인멸 시도 등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군사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휴대폰 압수수색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 사망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야 군검찰이 임의 제출 형식으로 가해자의 휴대폰을 확보했다.
 
공군은 피해자 사망 후에도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후 공군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단순 변사로 보고했다. 공군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 외에는 성추행 피해 사실과 가해자에 대한 조사에 대한 점은 보고 내용에서 누락했다.
 
이처럼 초기 사건 보고부터 조사에 이르기까지 공군의 부실한 대처가 속속 드러나면서 군 수뇌부의 책임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채익 의원은 "초동수사가 부실했으며 분리조치 등 피해자 보호프로그램이 전혀 작동되지 않아 앞날이 창창한 젊은 부사관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라며 "피해자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자 엄중 문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군은 보고가 생명이고 그 보고에 따라서 책임자들이 판단을 한다"라며 "이번 사건에서는 매뉴얼이 있음에도 제대로 이뤄진 것이 하나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임 소장은 서욱 장관이 이성용 총장으로부터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보고 받은 뒤에도 가해자 구속에 일주일이 걸린 점을 지적하며, 군 수뇌부들의 사건 해결 의지를 꼬집었다.
 
임 소장은 "성추행 피해자 보고를 받은 장관이 엄정한 수사를 총장에게 지시했고, 총장은 다시 사건이 일어난 부대인 20전투비행단에 수사를 지시했다"라며 "하지만 이후 5월31일 언론 보도가 나온 후에도 가해자를 곧바로 구속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총체적인 부실이다"라며 "장관이 진상 조사를 지시하는 것은 당연하고, 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인지를 물으며 화를 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자신이 부하가 억울하게 죽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장관이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장관 스스로 특검을 받겠다고 말해야 한다. 군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외부 수사기관으로부터 검증받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라고 했다.
 
공군에서 선임이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하고 간부가 여군을 불법촬영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서울 국방부 장관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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