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공군의 성추행 사건이 국민적 공분 속에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어 이른바 '군인권보호관제도' 도입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 부사관 사건과 함께 공군 군사경찰 소속 간부의 여군 불법촬영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군 수뇌부 책임론으로 사태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2일 정치권에서는 공군 여성 부사관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욱 국방부 장관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성폭력 피해에 귀를 닫고 있는 군 당국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가해자 처벌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사건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군 수뇌부 거취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피해자 빈소를 찾은 뒤 서 장관과 이 총장의 책임론을 묻는 말에 "그것을 논할 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보고받지 않고 공군의 입맛에 맞는 보고만 들은 장관과 총장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제도 개선 주문과 함께 아직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성추행 직후 피해자의 즉각적인 신고에도 3개월 동안 부대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뭉개려고 했던 점에서 볼 때 군 외부의 견제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이다.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성추행이 일어난 후 피해자는 바로 부대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지만, 부대는 조직적인 회유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직속 상관은 상부 보고 대신 피해자를 저녁 자리로 불러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회유를 했고, 또 다른 상관은 "없던 일로 해줄 수는 없겠느냐. 사건이 공식화되면 방역지침을 어긴 동료 군인들도 피해를 받는다"라고 압박했다.
피해자는 두 달여 청원 휴가를 받아 부대 성고충 상담관 등에서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달 18일 청원 휴가를 마친 뒤 전속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제시되는 대안이 '군인권보호관' 도입이다. 군인권보호관은 외부 별도의 기구를 통해 군대 내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 핵심은 군대 내부가 아닌 외부에 군인권보호관과 이를 지원하는 군인권본부 등을 설치한다는 점이다.
'군인권보호관'은 군의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안으로 제시됐던 제도다. 이미 2014년부터 국회에서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되기를 반복해왔다. 21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11월 안규백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안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에 의장 소속의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해 인권 침해를 당한 군인이 진정의 여부에 상관없이 직권 조사가 가능하게 했다.
안 의원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입법부인 국회에 군인권보호관을 둬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라며 "군대에 군인권보호관이 불시에 들어가서 조사를 해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은 성추행 발생 후 3개월 동안 부대가 회유와 함께 사건을 뭉갤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선 "군이 남성 중심 문화에 젖어 있다보니까 이런 문제에 둔화됐던 것"이라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벌백계로 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해 불시에 민간인이 부대에 들어가서 조사를 해야 한다"라며 "군인권보호관 도입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선임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이 수사에 나섰다. 유족 측은 피해 부사관의 신고 후 부대에서 조직적인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도 개선책으로 '군인권보호관'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국방부검찰단은 이날 오전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통군사법원은 영장실질심사는 밤늦게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