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글로벌 여행 재개 기대감에 급등세를 보인 여행 관련주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에 따른 여행 재개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여행 수요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평가다.
이들 4개 여행사의 주가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최초 확산하기 시작했던 2019년 12월 이전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2019년 10월 4~4만7000만원 선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이달 초 9만4300원까지 올랐으며,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의 주가도 2019년 10월 대비 두 배가량 높다. 참좋은여행은 6000원 수준이던 주가가 1만7500원까지 오르며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여행주들의 주가가 급등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확대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 회복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고, 한국도 백신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며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백신 접종 확대로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내 여행사들의 주가상승은 과도한 수준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패키지 여행수요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꾸준히 감소 추세였는데, 기대감이 반영된 현 주가는 5년 내 고점을 바라보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2020년 코로나 전 주가를 상회하는 여행사는 한국 패키지 여행사와 트립닷컴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베스트 시나리오에 맞춰진 (여행업) 과매수 시기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패키지 여행사들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여행사들의 전체 송객수는 전년 대비 96.16% 급감했으며,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달 항공권, 패키지를 포함한 전체 송객수가1914명으로 전년 대비 23.16% 감소했다. 1일 기준 6월, 7월 예약율은 각각 19.2%, 58.6% 줄었다.
여행수요가 급감하면서 여행사들의 실적도 바닥을 찍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대비 6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으며,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92.0%, 94.5% 떨어졌다. 1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417억원, 43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하나투어의 경우 자회사와 부동산 정리,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나, 당장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다. 하나투어는 지난 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티마크호텔 명동을 95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는데, 이 중 부동산 확보 당시 대출금 800억원과 미지급금 등을 지급하고 나면 실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1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측된다.
하나투어의 1분기 부채비율은 696.7%에 달하는데, 증권가에선 올해 결손금 확대로 부채비율이 1만500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통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나 자회사의 추가 청산이 불가피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직접적으로 매도의견 리포트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목표주가를 현주가 보다 낮게 제시하며 사실상 매도 의향을 표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4일 모두투어의 목표주가를 2만5000원으로 제시했는데, 전일 종가기준 모두투어의 주가(2만9550원)보다 낮다. 메리츠증권도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현재가보다 낮은 7만원으로 제시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이후에도 코로나 이전의 패키지여행 수요 감소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행 수요를 베팅하기에 적합한 사업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