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FOMC 위원들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언급하는 빈도수가 높아진 만큼, 조기 테이퍼링에 대한 경계감이 높은 상황이다. 시장은 오는 15~16일 진행될 FOMC와 파월 연준의장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단기 코스피 예상 밴드를 3180~3280선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향상과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지지하고 있으나, FOMC를 앞두고 테이퍼링에 대한 잠재적 우려감이 높아질 시기란 판단이다.
시장의 관심은 6월 FOMC 회의에 집중돼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줄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변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5.0% 상승했는데, 이는 전월 상승률과 시장 예상치인 4.2%, 4.7%를 뛰어넘는 수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부 위원들을 중심으로 테이퍼링의 시행과 조기 긴축의 필요성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 4월에도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긴 위원들이 부분적으로 나왔던 만큼 내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위원들의 수는 3월보다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물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점도표의 변화가 뒤따른다면 금융시장에는 다소 매파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연준이 조기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급격한 정책변화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만큼, 당장 조기 긴축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회복 속도를 고려할 때, 실업급여 수령 감소세가 확연하게 더딘 상황으로, 연준이 성급한 정책 변화에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6월 FOMC 회의 성명서 또는 파월 연준의장 기자회견을 통해 테이퍼링 관련 언급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고용환경의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 전까진 테이퍼링에 대한 공식화는 배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 반영된 잠재적 통화 긴축 우려가 완전히 소멸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고용 등 경기 회복 속도와 타이밍의 문제일 뿐, 경제가 정상화되면 결국 정책 되돌림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6월 FOMC에서 연준의 완화적 기조가 재확인될 경우 단기적인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며 “하반기 중 정책 소진 또는 긴축 기조 전환으로 증시 상승 동력이 소멸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백진 접종률 확대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은 여전히 국내 증시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국내 백신 도입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9%에 도달했고, 국내에 들어온 백신 물량은 1500만 도즈를 넘어섰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경제활동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백신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은 한국의 내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며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 급등기가 끝나가고 있고, 글로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건물의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