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산업은행의 전환사채(CB) 주식전환 소식에 약세를 보였던
HMM(011200)이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CB의 주식전환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서 공매도 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공매도 부담에도 상승에 성공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은 이날 500원(1.12%)오른 4만50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HMM은 전날 CB 물량 주식전환 소식에 3.68% 하락한 바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오후 이슈브리핑에서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원 규모의 HMM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산은의 CB전환 소식에 HMM주가는 장중 6%넘게 빠졌으며, 14일 35억원에 불과했던 공매도 거래대금은 15일 4905억원으로 급증했으며,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0.84%에서 9.91%까지 올랐다.
산은은 오는 29일까지 3000억원 규모의 HMM CB 주식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CB는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이다. 산은은 채권 만기일이 돌아옴에 따라 만기이자율 3%를 붙여 자금을 회수하거나, CB 규모만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산은이 보유한 HMM CB의 주식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6000만주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HMM의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17%에 달하는 수준이다. 만약 산은이 전환 주식을 모두 매도할 경우 이날 종가 기준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CB의 주식전환은 신주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에겐 지분가치 희석이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연결돼 주가에 악영향을 주곤 한다. 앞서 제약·바이오 기업
제넥신(095700) 역시 1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려다 주가 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발로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HMM의 경우 이미 CB 전환에 대한 이슈가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 됐던 데다,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어 주가가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HMM은 지난달 공시에서 전환사채 등 파생상품에 대한 부채 평가손실이 8649억원 났다고 밝혔다. CB는 주식전환이 가능한 사채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상승분만큼 손실을 반영하는데, 1분기 평가손실은 3월말 종가(2만9000원)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현재가로 적용시 손실 범위가 더욱 커진다.
HMM은 해상운임 강세와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난 1분기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음에도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반영되며 당기 순이익이 1541억원에 그쳤다. 이번에 산업은행의 CB가 주식으로 전환되고 나면 이 같은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사라질 수 있어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아직 HMM의 주가는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반적 해운 업황 강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지겠지만 HMM의 경우 전환 사채뿐 아니라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이 아직 남아있다”며 “주가가 급격히 오른 상황에선 매각도 쉽지 않은 만큼 주가가 어느 정도 떨어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HMM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