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싱가포르가 오는 12일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적극적인 방역 대신 공존을 선택한 셈이다. 방역 완화를 결정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3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영국도 오는 19일부터 방역 규제를 해제한다. 정부 결정에 따라 야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다. 영국 역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한 결과다.
국가별로 보면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률에 따라 단계적 방역 조치 완화를 계획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총 3단계 규제 완화책을 준비 중인데, 이달 말 국민의 절반이 백신 접종을 마치면 2단계 완화로 접어든다는 방침이다. 영국의 경우 방역을 완화하면서도 부스터샷 카드를 꺼내들었다. 접종은 오는 9월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려면 백신 접종률이 핵심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와 영국은 40%, 60%대 2차 접종률을 달성한 뒤에야 '위드 코로나'를 결정했다. 백신이 감염 자체를 예방하지 못하지만 중증 환자 발생을 방지하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해 접종률을 먼저 끌어올린 것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으로 심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 관측이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두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치료제가 허가를 받고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마다 게임 체인저 혹은 게임 클로저로 기대받았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기만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코로나19 엔데믹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팬데믹을 넘은 엔데믹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엔데믹을 경우의 수로 두고 장기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9일 기준 우리나라는 10%대 백신 접종 완료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전체 인구의 90%가 아직 감염에 취약한 셈이다. 현재로선 엔데믹을 고려한 코로나19와의 공존은 물론 집단면역 형성에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발생했지만 확산 속도를 늦추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노력 여하에 달렸다.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올 11월에는 접종률이 70%까지 올라간다. 이맘때면 싱가포르와 영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시각이 시기상조가 아니길 바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