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온플법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과기정통부는 각 부처가 정책 전문성을 갖고 온라인 플랫폼 산업을 바라보는 것이 정책 중복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사진/웨비나 갈무리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14일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과 규제'를 주제로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와 법무법인 세종이 주최한 웨비나에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 관련 사안은 기존 부가통신사업자를 관리하던 통신 당국(과기정통부)이, 온라인 상거래 관련 사안은 경쟁 당국(공정위)이 담당하고, 데이터 이동권 보장·알고리즘 공개 등 기술 관련 사안은 산업 당국(방통위)의 소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온플법을 새로 제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 온라인 플랫폼 관련 사안을 담당하는 세 부처가 각각 전문성에 근거해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실장은 이를 "산업 규제 정합성을 담보하고, 중복 규제를 최소화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방안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온플법을 추진하고 있는 공정위와 방통위가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 측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웨비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간 해왔던 사회적 기여와 앞으로 해나갈 기술·서비스 혁신도 반드시 살펴봐야 할 가치다"며 "이런 관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온라인 플랫폼 정책을 종합적으로 짜야한다"고 했다.
부가통신사업 영역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최소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통신 규제를 보면 플랫폼과 같은 부가통신사업 영역은 최소 규제를 유지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서 규제 대상 사업자를 대부분 기간통신사업자로 한정했다. 반면, 부가통신사업자 규제는 웹하드 등 특수한 사업이나 불법 촬영물 차단 등 특수 사례에 한정해서 해왔다.
마재욱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장. 사진/웨비나 갈무리
과기정통부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 경쟁이 아직 규제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아직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기에 독점적 지위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마재욱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장은 미국과 한국의 e커머스 시장 상황을 비교해 설명했다. 마 과장에 따르면 미국의 e커머스 시장은 1위 사업자인 아마존이 40%를 차지했고, 나머지 2~5위 사업자 점유율을 합쳐도 아마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네이버·쿠팡·이베이 등 사업자가 10% 대의 점유율을 보이는 '춘추전국시대' 상태다.
마 과장은 "플랫폼 규제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었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이런 점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법은 입법 취지에도 불가하고 부가통신사업에 대해 광범위한 사전 규제로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마 과장은 부처 간 업무 중복성을 인정하고 규제 중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 부처 간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 과장은 "온플법을 보면 사전·사후 규제를 총망라하고 있는데, 부처별 규제를 구분해야 사회적 혼란이 없을 것"이라며 "사전·상시 감독이 필요한 곳은 전문적인 부처가, 금지나 사후적 부분은 규제 당국이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산업 특성에 대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상거래 중심의 규제나 불공정 가치 등은 공정위가, 디지털 콘텐츠 거래 이용자 보호는 방통위가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온라인플랫폼의 혁신과 규제 웨비나. 사진/웨비나 갈무리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