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달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이용료 대가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넷플릭스가 항소에 나선다. 콘텐츠사업자(CP)에 망 이용 대가를 강요한 1심 판결이 인터넷 생태계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브로드밴드도 이에 맞서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항소는 지난 6월2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에 법원이 내린 원고 패소 판결에 대한 것이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각하했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기각했다.
이는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신청한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을 넷플릭스가 거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SK브로드밴드는 1심 판결 당시 이번 판결이 단순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닌, 여러 글로벌 CP와 인터넷통신사업자(ISP) 사이의 역할·책임을 가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1심 판결이 CP에게 망 이용 대가를 강요해 인터넷 생태계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이 콘텐츠사업자(CP)와 인터넷통신사업자(ISP) 간 협력이 전제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해 CP에 망 비용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항소 결정과 관련해 1심 판결의 사실 및 법리적 오류가 바로 잡힐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대가 지급 의무와 같은 채무는 법령이나 계약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할 수 있다"며 "1심 판결은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 항소심에서 바로 잡아야 할 사실 및 법리적 오류다"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이어 "1심 판결대로라면 한국 이용자가 미국 CP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해당 CP가 한국 ISP에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도 인터넷 생태계 질서를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는 망 중립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이어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전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며 "1심 판결은 정작 한국 CP나 이용자들의 입장보다는 국내 ISP의 이권 보호만을 우선시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도 이에 맞서 반소를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에 지금까지 지불하지 않은 망 사용료를 청구하는 '부당 이득 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소송의 쟁점에서 '협상 의무 확인'은 빠지고 '망 이용 대가'만 남게 된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서비스의 유상성과 넷플릭스의 망 이용 대가 지급 채무는 1심 판결에서 명확하게 인정됐다"며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당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1심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빈틈없이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K브로드밴드 대리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앞서 "1심이 조금 더 진행됐더라면 반소를 하려 했으나 1심 변론이 일찍이 중단돼서 하지 못했다"며 "넷플릭스 측에서 1심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간다면 그때는 반소 제기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