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국내외 합동 연구진이 최근 망막의 미세한 혈관 변화를 관찰해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를 예측하고,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AI 알고리즘은 국내 및 싱가포르, 영국에서 수집된 다인종 코호트 데이터로 검증됐으며, 연구 결과 망막사진으로 산출된 AI 위험지수가 심장 CT 검사로 얻어지는 관상동맥 석회화지수와 동등한 성능으로 미래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개발된 망막기반 심혈관 위험지수는 심근경색,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어 망막검사를 통해 비용 대비 효과적이며 방사선 노출 없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망막 사진으로부터 예측된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평가'라는 제목으로 '란셋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란셋 디지털 헬스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란셋의 자매지로서 디지털 헬스 분야의 연구결과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저널이다.
연구에는 △김현창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박성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및 김성수 안과 교수 △이병권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임형택 싱가포르 Duke-NUS 의과대학 교수 △국내 스타트업 메디웨일 △필립메디컬센터가 참여했다.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국내 성인 5명 중 2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높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자료에 따르면 2007년 21.4%였던 유병률은 2018년 38.4%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20대 5명 중 1명(20.7%)은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었다.
이상지질혈증은 건강검진을 통해 가장 많이 발견되는데 지질강하 치료가 사용된다. 의료진은 피 검사를 통해 수검자의 몸속 지질인 총콜레스테롤, LDL/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측정하고 이 중 한 가지가 정상수치를 벗어나면 지질강하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의 첫 단계는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다. 위험도가 높으면 강한 치료, 중간이면 중등도 치료, 위험도가 낮으면 치료를 하지 않는다. 이 중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서 치료 결정이 어렵거나 확실한 위험 평가가 필요할 때 심장 CT 검사를 수행하고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를 산출한다. 검사를 통해 관상동맥에 침착된 칼슘의 양을 측정·수치화해 향후 심근경색,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지 예측한다.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는 다른 비침습적 심혈관위험도 검사 중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심장CT 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용도 비싼 편이라 국내 일반 건강검진에서 대부분 빠져있다.
망막은 인체 장기 중 유일하게 동맥과 정맥을 직접 의사가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1990년대 대규모 연구를 통해 망막에서 출혈, 부종, 혈관 이상이 있으면 심혈관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고혈압 환자의 망막을 관찰해 고혈압성 망막병증을 확인하는 것은 고혈압 중등도 평가를 위한 국제 임상 치료지침에 포함됐다.
연구 컨소시엄은 관상동맥 석회화지수와 망막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AI 딥러닝을 적용했다. 연구 결과 망막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판정받은 환자군과 관상동맥 석회화지수 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확인된 환자군에게서 동등하게 심혈관질환 및 사망이 발생했다.
김성수 교수는 "망막사진은 안과에서 쉽게 촬영할 수 있어 진단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안과가 일종의 간이 건강진단 센터로서 역할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심장내과나 다른 일차 진료기관에서도 이를 확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큰 환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필수적인 검사 수단으로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