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위탁의료기관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맞은 뒤 관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부가 현재 방역조치로는 4차 대유행 확산세를 막기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와의 공존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대적인 정책 방향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을 막기 위해 추가 방역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배경택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 수준의 거리두기 조치를 유지해도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기존 4단계 외에 추가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중증·사망자 통계를 바탕으로 한 방역조치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까지 확진자 규모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감염 이후 치명률도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뜻하는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 전략에서 멀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정책 방향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확진자 통계는 접촉자를 찾아서 하는 검사라 숨은 감염자는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PCR 검사 외에도 자가검사 등을 활용해 조기에 많은 사람을 확진해 집단적인 감염을 차단하는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이스라엘, 미국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델타 변이 영향으로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영국은 작년 12월 하루 7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다가 백신 접종으로 5월 1000명대까지 내려갔다. 이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는 다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 지난달에는 5만명까지 치솟았다.
이스라엘도 1월 9000명대 확진자를 기록한 뒤 백신 접종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그렸으나 델타 변이가 퍼지면서 11일(현지시간) 608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한때 1만명 미만의 확진자 발생 양상도 보였지만 약 한 달 만에 20만명이 넘게 감염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 나라와 같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고위험군 백신 접종 완료는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하고 있고 마스크도 잘 쓰고 있어서 영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급격하게 확진자가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확진자 수가 올라가더라도 지금처럼 서서히 올라갔다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고위험군에 대한 2차 접종에 집중해야 한다"라며"부스터샷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500명에서 1000명, 1000명에서 2000명으로 올랐듯이 계단식으로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짧은 기간이라도 신규 확진자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 속도를 내면서 위드 코로나 전략을 선택한 싱가포르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싱가포르는 30%대 백신 접종률에서 방역조치 완화를 시작해 현재는 80%에 근접했다.
싱가포르가 벤치마킹 모델로 언급되는 것은 우리나라와 생활 양식 등이 비슷해 비교적 적용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나라들은 생활 양식이 달라서 벤치마킹하기 어렵지만 싱가포르는 우리와 비슷하다"라며 "단, 싱가포르처럼 단기간에 백신 접종률을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