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머지포인트 사태'에서도 금융당국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당국은 감독대상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야기된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발행 규모 1000억원 가량인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 역시 문제다.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관리 소홀이다.
당국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늑장대응에 정치권에서도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금융질서를 책임져야 할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가) 미등록 영업행위라서 관리·감독 할 수 없다는 답변은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부실 논란도 있었다. 감사원은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금감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고, 조사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금감원의 전면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금감원의 입지도 좁아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 문제도 있다.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등 자격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오는 9월 24일까지 신고를 마쳐야 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업비트만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 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줄폐업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이 커진 후 뒤늦게 관리에 들어가면서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특금법 신고 마감 기한이 임박했는데도 대부분 가상자산(코인) 거래소들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지 못해 존폐 위기에 있다"며 "정부, 금융당국과 은행, 국회는 각자 책임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가계대출 관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목표 수치에 도달하기 위해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옥죄면서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은행권 대출 제한에 이어 2금융권 대출까지 옥죄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예견되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도 없는 상황이다.
발 빠른 금융시장 변화에 금융당국이 뒤따르며 봉합형 대책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기적인 영역의 문제를 각각의 문제로 두고 해결책을 내놔서는 안 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 머지포인트 사태 등 당국의 급한 불 끄기 식의 대안은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금융시장 변화에 앞서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
김연지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