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가계부채 저승사자,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금융위원장의 별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5대 금융협회장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는 본인에게 붙여진 '저승사자'라는 별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향후 더 강력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실수요자들은 고 위원장의 가계부채 관리 추가 대책 예고에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전세 대출과 정책모기지,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전세 대출 등 실수요 대출 관련 논의가 빠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에 대해 "가계부채가 시급한 현안이기 때문에 제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마 그 과정에서 이런 별명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 위원장의 가계부채 관리 의지는 확고하다. 다만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더라도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목표한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인 5~6% 맞추려면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출을 총량으로 규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총량을 규제하는 정책은 조금 위험성이 있다. 정책의 기조를 조금 바꿔야 한다"며 "전세자금 대출 등 목적이 분명한 실수요자들에게는 대출이 나가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다만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컨트롤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대출 자체가 사실상 중단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득이 있고 신용도가 있는 분들은 대출을 받게 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총량 규제를 하는 것은 자기가 자기 발목을 묶는 것"이라며 "총량 규제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전근대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총량 규제보다는 금리 인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려서 가격이 올라가면 '이 금리면 좀 곤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대출을 안 받도록 만들면 된다"며 "높은 금리로 돈 빌릴 형편이 되는데도 막아버리면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전세나 매매의 경우도 사정이 다 다른 것인데 두부 자르듯 총량으로 묶어서 관리하면 안 된다"며 "기준금리를 조금 서둘러 올리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은 가격으로 조정을 해야지 수량 자체로 규제하거나 조정하려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가격을 높여서 살까 말까 망설이게 하는 것까지는 정책이지만 높은 가격이라도 사겠다는 사람까지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비유하자면 수도 요금을 올리는 것과 단수 조치를 하는 것은 다르지 않냐"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전세 대출의 경우는 이미 계획이 있는 것인데 그걸 목 조이게 되면 안 된다. 대기업이든 신혼부부든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은 똑같다"며 "계약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대출이 막히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금리로 가격 조정은 할 수 있다. 소비자가 행동을 조정하게끔 하는 게 정책의 영역이지 행동 자체를 금지시키고 강제하는 것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교수는 "가계 부채를 줄이는 방향까지는 맞지만, 강제 조치는 위험한 것"이라며 "실수요과 관련된 부분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피해가 너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