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권유승 김응태 신병남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전면 시행되면서 '금소법 위반 1호'를 피하기 위한 각 업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6개월간 유예가 있었던 만큼 시행 초기에 비해서는 어느정도 준비가 됐지만,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 플랫폼 업체들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등으로 소비자들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상품 판매 설명 의무가 커진 만큼 상품 설명이 길어지거나, 상품판매가 위축되는 등 현장의 혼선도 예상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현재 금융당국이 내놓은 '설명 의무 가이드라인'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은 상품에 대한 이해 수준이 고객별로 달라 일괄적으로 모든 상황을 가이드라인에 담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금소법이) 너무 포괄적이고 좀 선언적인 부분도 많은 것 같다"며 "최대한 지키기 쉽게 지침이 정리가 좀 돼야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좀 더 여유 있게 집행하면서 명확한 것부터 지킬 수 있게 유도하고 혼란을 없애도록 여러 가지 후속 작업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유예기간을 조금 더 주거나 가이드라인을 좀 더 세분화시키는 등 노력을 좀 더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면서 "업계의 가이드라인 세부지침 요구에 당국이 빨리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은 최대한 지키기 쉽게 만들어져야 한다. 지키기 힘든 법은 잘못된 면이 많다는 것"이라며 "법을 잘 지킬 수 있게 뭐가 위반이고 아닌지 정확히 얘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법을 지키려는 금융기관들의 입장을 잘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 교수는 "처벌 수위가 꽤 높아지기 때문에 아예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오히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특히 추천 서비스나 이런 부분들은 실제로 금융회사 입장에서 위험성을 갖게 되니까 아예 그 자체를 안 하는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불완전 판매'에 대해 좀 더 명확히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각 업권에서는 금소법 대비책 마련에 공을 쏟고 있다. 은행들은 금소법 시행 초기 대비 현장 혼란은 조금 개선됐다면서도 정확하고 세부적인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은행들은 금소법 대비 전담조직을 꾸리는 등 금소법 시행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적게는 50~60명에서 많게는 100명 이상의 대규모 부서 개편을 감행했다.
우리은행은 소비자보호부 21명, 소비자지원부 38명으로 총 61명으로 구성된 금융소비자 그룹을 구성했다. KB국민은행은 56명 규모의 소비자보호본부를, 하나은행은 52명으로 구성된 손님행복그룹을 꾸렸다. 신한은행은 116명 규모의 소비자그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A은행은 직원이 상품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상품별 직무수행교육을 의무화하고, 고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서도 전면 개편키로 했다. 또 고객이 계약체결 시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나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사항 등에 대해서는 알기 쉽게 Q&A 형태로 제공한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내부통제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보험업계도 금소법 대비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보험대리점(GA)협회는 금융소비자보호 표준내부통제기준과 금융소비자보호기준을 제정했다. △소속 설계사 5인 이상 보험대리점은 의무적으로 제정 △내부통제기준을 제정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1억원 이하 부과 △금융소비자보호 총괄기관 설치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민원처리에 대한 전자정보처리시스템도 구축토록 했다.
원수사들도 내규 개정에 착수했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달 말까지 업권의 의견을 취합해 고령 금융소비자와 장애인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에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지난 1일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즉시 내규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금소법으로 인한 과도한 광고 규제에 영업 일선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쪽에 광고 심의를 받는 것이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사소한 것까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도 설계사들에게 금소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관련 기준들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빅테크·핀테크사들이 금소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보험 추천 서비스 등 관련 서비스들을 잠정 중단·개편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도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중단하고, 보험 메뉴에 '판매 중개 행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담은 팝업창을 추가했다. 보맵은 보장분석 솔루션인 보장핏팅 서비스에서 상품 추천을 제외했다. 핀크도 보험 추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서비스를 개편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목적이 정보제공 자체가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금소법 상 중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금소법 위반 온라인 금융플랫폼들은 25일부터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은 금소법 시행에 대비해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안내에 집중하고 있다. 업체들은 신용카드를 비롯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이 금소법 규제에 적용되는 만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상품 가입 시 설명 의무를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카드는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기준 및 금융소비자보호기준'을 제정해 고객에게 알렸다. 신한카드도 내부통제기준을 만들어 공지했다. 120명의 전문 인력을 주축으로 한 금소법 전담 카운셀러 제도도 운영한다. 국민카드 역시 소비자 권리 강화를 위한 메뉴얼을 구축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소비자가 자료 열람 요청 시 요구되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