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언중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협의체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여야 협의체를 가동한 것을 두고, 합의에 이르기 위해 절차적 노력을 했다는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언중법 8인 협의체는 지난 26일 총 11차에 걸친 회의를 마무리했다. 협의체에 따르면 언중법 개정안의 쟁점인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초 민주당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피해구제를 위해 언론사에 최대 5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단체 등에서는 권력감시 차원의 보도도 '허위·조작보도'라고 소송을 제기해 언론사의 보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열람차단청구권 역시 정치인, 기업인 등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청구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이 같은 우려로 징벌적손해배상과 열람차단청구권 도입 조항 삭제, 나아가 언중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해왔다.
여야는 지난달 31일 여야 합의를 통해 언중법 8인 협의체를 가동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8인 협의체는 전날까지 총 11차례의 회의를 거쳤지만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16일에 이르러서야 고의·중과실 추정조항을 삭제하고 기존 판례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배액배상의 범위를 기존과 동일한 '손해액의 5배 이내 손해배상'과 변경된 '5천만원 또는 손해액 3배 이내 배상액 중 높은 금액' 두 가지 안을 제시하면서 징벌적손해배상제를 고수했다. 민주당은 심지어 논의 과정 중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의 경우 징벌적손해배상에서 제외된다'는 조항을 삭제해 기존 안에서 더욱 후퇴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8인 협의체가 11차에 이르는 회의 중 유일하게 합의한 것은 "신속하게 실효적으로 피해구제를 위해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활성화 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는 점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에는 이견이 있어 이를 양당 원내지도부에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8인 협의체가 법 통과를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얻으려는 행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11차례 회의를 하면서 법안 내용을 계속 바꿔, 검증 자체를 어렵게 했다"며 "결국 협의체가 절차적 정당성만 강조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애초에 본회의 통과 날짜를 못박고 8인 협의체를 가동한 국민의힘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 변호사는 "처음부터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시한을 못박고 시작한 것이 문제"라며 "쟁점에 대한 협의도 없는 상황에서 왜 시한을 못 박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상정을 놓고 막판 협의를 위해 만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