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제2의 타미플루'로 불리는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도입이 가시화하면서 복용에 앞서 빠른 진단을 도와줄 현장분자진단에도 기대감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현장분자진단이 도입되면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비교적 덜해져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여러 변수에 대한 우려를 내놓는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머크(MSD)와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는 최근 미국 등 23개국에서 코로나19 환자 약 700명을 대상으로 치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에선 위약군 대비 몰누피라비르 투약군의 입원율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투약 기간 사망자는 없었다.
머크는 임상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FDA 결정 이후에는 우리나라 도입도 점쳐진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약 4만명분 선구매를 위해 예산을 책정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구용 치료제 도입이 가까워지면서 코로나19 현장분자진단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동안 복용해야 하는 경구용 치료제 특성상 빠른 검사 결과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씨젠은 최근 중소형 병원에서도 검사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분자진단 시스템 '에이오스(AIOS)' 개발을 마쳤다. 이 시스템은 기존 유전자 증폭(PCR) 대비 장비 등의 크기가 작은 점이 특징이다.
씨젠 관계자는 "에이오스는 핵산 추출부터 PCR 검사, 결과 분석 등에 이르는 분자진단 검사 과정을 자동화한 솔루션"이라며 "기존 장비에 비해 검사 효율성이 높고 사이즈도 작아 내년 이후에는 기존 분자진단이 시행되지 않던 중소형 병원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현장분자진단기기 'M10'으로 이탈리아 지자체 입찰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국내 허가도 노리고 있다. M10은 PCR과 등온증폭방식의 검사가 가능한 확진 검사용 현장분자진단기기로 검체 채취 후 검사 결과 확인까지 20~60분 이내에 가능하다. 회사 측은 국내 정식 허가 후 다음달쯤 론칭할 예정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은 질병을 현장에서 30분 이내에 확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라며 "앞으로 이러한 현장분자진단 플랫폼을 통해 현장에서 치료제를 바로 처방할 수 있다면 매우 효과적인 진단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사당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전문가들은 현장 분자진단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빨리 알아내면 경구용 치료제 복용 등 치료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단, 정확도와 기기 가격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동시에 내놓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믿을 수 있는 신속분자진단이 있다면 코로나19 치료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충분한 효과를 내는 분자진단, 치료제의 효과, 환자 방문 시기 등 최상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신뢰성과 성능은 과학계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문제"라며 "어느 정도 성능과 안정성을 보일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자리잡으면 개인의원에서 검사와 진단을 하고 자가격리를 거쳐 치료를 하는 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그런 목적으로 (현장 분자진단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또 "PCR과 같은 정도로 민감도, 특이도가 나오는지와 가격도 중요하다"라며 "개인 의원에서 장비를 구비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로 책정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