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의 건강(기능)식품 소개 프로그램과 비슷한 시간대에 홈쇼핑에서 동일·유사상품을 판매하는 연계편성 횟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이러한 행위가 증가하는 데에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협찬고지 의무화, 모니터링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종편과 홈쇼핑 연계편성으로 시청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찬고지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모니터링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계편성이란 지상파·종편의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인접한 시간대에 홈쇼핑채널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방통위는 지상파 5개 채널, 종편 4개 채널, TV홈쇼핑 7개 채널, 데이터홈쇼핑 10개 채널에 대한 3월 연계편성 현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지상파 2개 채널·종편 4개 채널의 45개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520회 방송한 내용이 홈쇼핑 17개 채널에서 총 756회 연계편성됐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조사한 전년도의 경우, 24개 프로그램에서 423회 방송한 내용이 451회 홈쇼핑과 연계편성됐다. 연계편성 프로그램, 횟수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셈이다.
올해 지상파 중 연계편성이 가장 많았던 곳은 MBC다. MBC는 3개 프로그램 총 80회(본방 53회·재방 27회)를 편성했다. SBS는 7개 프로그램에서 59회(본방 53회·재방 6회)를 편성했다. KBS1·2와 EBS1은 홈쇼핑 상품판매와 연계된 프로그램이 없었다. 종편의 경우 TV조선이 139회(본방 69회·재방 70회)로 가장 많이 연계편성했다. 이어 △MBN 8개 프로그램 108회(본방 62회·재방 46회) △채널A 5개 프로그램 70회(본방 20회·재방 50회) △JTBC 8개 프로그램 64회(본방 33회·재방 31회)를 편성했다.
연계편성 예시. 사진/방통위
지상파·종편 한 프로그램이 1개의 홈쇼핑 채널과 연계편성된 경우는 279회였고, 2개 이상(최대 7개) 채널과 중복 연계편성된 경우도 241회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중복 편성이 많은 것은 올해부터 분석대상에 데이터홈쇼핑 10개 채널이 추가됐고, 홈쇼핑사의 건강(기능)식품 판매방송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상품 내용으로는 분석 기간 53개 건강(기능)식품이 홈쇼핑에서 상품판매 방송으로 편성돼 42개 식품이 편성된 전년 대비 종류가 확대됐다. 가장 많이 연계편성된 식품은 유산균(215회), 콜라겐(111회), 단백질(81회) 등이었다.
이러한 연계편성은 상품 효능 등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인식하게 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저해하고 시청자를 기망하는 행위로 지적받는다. 방통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협찬주의 상품·용역에 관한 기능·효과 등을 다루는 경우 협찬사실을 고지하도록 재허가·재승인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필수적 협찬고지를 의무화하도록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의 빠른 입법을 지원할 계획이다. 법이 통과되면 협찬임을 알 수 있도록 협찬사실 고지의 노출 시점·시간·횟수 등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계편성 및 협찬고지 위반 여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건강정보 프로그램 제작 시 유의사항을 방송사 자체 제작 가이드라인에 반영하도록 재허가·재승인 조건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가 국민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연계편성 에이전시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으로 안다.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방안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도별 연계편성 분석 현황. 사진/방통위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