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대장동 국정감사' 시험대를 무사히 넘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다음 과제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이른' 갈등 봉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결과 승복을 선언했다지만 그의 지지층은 여전히 이 후보에게 냉담해 '원팀'으로 가는 첫 난관에 봉착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문제는 송영길 대표다. 이 전 대표 측은 송 대표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줬다고 인식한다. 경선 시작부터 편파적이었다는 의심은 최근 송 대표의 잇단 실언으로 성토로 변했다.
"편파적인 것도 모자라 막말 퍼붓더니 이제 원팀?…이낙연도 인식 같이해"
2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도 당장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4일 캠프 해단식으로 끝으로 수행비서만을 대동한 채 사실상의 칩거에 들어갔다. 이 후보와 송 대표가 이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접촉에 나섰지만, 아직 만남 등의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빠진 건 이 후보와 송 대표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이 전 대표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국감이 지나면 만남을 갖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자는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또 "민주당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원하고 민주개혁 진영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아쉽더라도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설득했다. 송 대표도 거들고 나섰다. 송 대표는 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직)사표를 내고 대통령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정식으로 이 전 대표를 찾아뵐 것"이라며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서로 풀어지시지 않을까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은 "막걸리 한 잔으로 풀어질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원팀을 말하며 압박하지 말라"며 "송 대표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에게 '일베'라는 막말을 하고, 경선 불복 프레임까지 씌웠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에게 수차례 상처를 주고 짓밟는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이 후보가 아닌 송 대표"라며 "(이 후보와는)경선 과정에서 서로 격하게 논쟁할 수도 있지만, 송 대표는 경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질 당 대표의 역할을 망각하고 마치 이재명캠프 대변인처럼 행동했다. 편파적인 것도 모자라 막말까지 퍼붓더니, 이제는 원팀이라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도 인식을 같이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송 대표는 지난 13일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향해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가공해서 악의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며 "이런 행태는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캠프 해단식에서 "마음에 맺힌 게 있다"며 "다시 안 볼 사람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노출했다. 송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처음부터 '이심송심'…강압적으로 승리 쟁취"
송 대표의 경선 관리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불신은 확신을 넘어 분노가 됐다. 앞선 관계자는 "송 대표는 애초부터 '이심송심'으로 불리는 등 공정한 경선 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 차원에서 후보 간 검증조차 네거티브로 규정해,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이 후보를 링에 올림으로써 당에 위기감을 불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전 대표 측근 중 한 명인 정운현 캠프 공보단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최소한 내 주변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형수 쌍욕'도 이재명은 하고, 적어도 내 주변에는 한 사람도 없는 '전과 4범'에 '논문 표절'도 이재명은 한다"며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기꺼이 팔아먹을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무위원회 결정은 불난 지지자들의 가슴에 기름을 부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헌·당규 59조1항(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할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에 대해 사퇴 시점 이전과 이후로 나눠 무효표로 처리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당 선관위는 사퇴한 경우 일괄 무효표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논란이 되자 당헌·당규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당무위가 소집됐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강압적으로 승리를 쟁취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지지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놓고도 이 전 대표 측은 감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낙연 캠프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오영훈 의원은 18일 "우리 당의 정강정책은 보편적 복지체계를 제시하고 있다"며 "기본소득은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고 했으며,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했던 관계자도 "기본소득이 민주당 당론으로 강행된다면 당의 정체성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필연캠프 해단식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단
경선 후유증에도 결국에는 '원팀' 한목소리
경선 후유증이 여전함에도 이 전 대표가 통합 선대위에 몸을 담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었다. 다만, 지지자들을 달랠 시간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가 지지자들 마음을 많이 챙긴다", "후보 교체론 상황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로서는 후단협의 트라우마가 있다.", "이낙연답게 대승적으로 결단할 것",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을 이끌어내는 게 민주당원으로서의 책임", "결국 원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들 말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청와대가 이 후보의 회동 요청 사실을 외부에 공개적으로 알렸음에도 아직 회동 날이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국정감사 등의 정치 일정도 있겠지만, 갈등 봉합이 제대로 됐을 때 만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도 정권교체라든지, 이재명은 제2의 노무현이라든지 이런 말은 자제해야 한다. 썩 유쾌한 말이 아니다"고 송 대표에게 경고했다.
한편 이 후보 측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를 마친 뒤 지사직 사퇴, 이 전 대표와의 회동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일정안을 이미 보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더불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이낙연 필연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