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KT가 인터넷 장애 문제로 또 다시 품질 논란 위기에 부딪혔다. 구현모 KT 대표가 취임 이후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디지털플랫폼(디지코) 기업 행보에 속도를 내던 가운데 이같은 사태가 터지며 KT에 대한 비난 수위도 거세지고 있다.
26일
KT(030200)는 전날 대비 0.48% 오른 3만1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인터넷 접속 장애 사태가 터진 지난 25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42%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전날 KT의 인터넷망 장애로 KT 이용자들이 약 85분 동안 제대로 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KT는 디도스 공격을 장애 원인으로 추정하다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오전 발생한 KT 통신 장애로 서울시 노원구 한 식당에 'KT 접속장애로 인한 현금결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인터넷 장애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신사업 행사가 끝난 직후 벌어졌다. 전날 KT는 기업거래(B2B) 사업 확장을 위한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신규 솔루션 출시를 발표했다. 이는 구현모 대표가 지속해서 추진한 디지코 행보의 일환이다. 구 대표는 부임 이후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B2B 디지털전환 사업과 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에 속도를 냈다. 이와 함께 KT파워텔(무전기 기업)과 같이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된 자회사는 매각하는 등 회사를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코 행보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 바 있다. 지난해 3월 구 대표 취임 당시 1만9000원대에 머물던 KT 주가는 지속 상향하며 올 7월 3만5000원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안정적인 통신 수익에 KT의 디지코 신사업이 맞물려 주가가 연내 4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7월2일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KT 주요 그룹사의 시가총액은 1조8000억원을 웃돌며 올해 첫 거래일 대비 52.1% 상승하기도 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0월 열린 '경영진 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KT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KT
그러나 거듭되는 사고에 KT가 '본업'인 통신 서비스를 외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사 전반의 문제인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품질과 더불어 지난 4월 유명 IT유튜버 잇섭의 폭로로 불거진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속도저하 문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이번 전국적인 인터넷 접속 장애 사태까지 더해지며 경영진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통신사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무분별한 외주화를 비판하며 철저한 정부 조사를 촉구했다.
KT새노조는 역시 "통신사업자로서 기본도 충실히 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만 집중하다 보니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장애"라며 "원인을 엄중히 조사해 재발방지책을 내놓고 운영상 책임이 있을 경우 탈통신에만 집중한 구현모 사장에게 전적인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밝혔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실제 투자 내역을 봐도 5G 투자를 제외하면 아현 화재 이후 설비투자가 감소했다"며 "기본인 통신은 잘하면서 (탈통신·AI 기업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구현모 대표는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심층 점검과 함께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아울러 이번 사고를 유무선 네트워크 통신망 전반을 면밀히 살피는 계기로 삼겠다"며 "조속하게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