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인 '신복지'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 후보의 기본소득과 양립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이 전 대표 측은 신복지와 기본소득은 함께 추진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하지만 양측이 '원팀'을 이루기로 하면서, 이 후보와 민주당은 기본소득·신복지 정책을 병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맞잡은 손이 정책적 결합까지 이어지면서 양측 간의 갈등도 최종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정권재창출에 뜻을 같이 하면서 정책적 결합도 무리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간 이 전 대표 측은 신복지 정책과 기본소득 정책이 병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국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개인에게 현금성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되면 기존 복지체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소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는 시스템(신복지)이 실효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 강령 제8조에 '포용적 복지국가체제 수립'이 명시돼 있다는 점을 들어, 기본소득 정책이 당 강령과 충돌된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하지만 지난 24일 두 사람이 전격적으로 회동, 그간의 앙금을 털고 정권재창출에 힘으로 모으기로 하면서 정책 대립도 화합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이 후보는 이날 이 전 대표와의 회동 직후 신복지 정책을 후보 직속의 선대위 제1위원회에서 챙기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가 직접 위원장을 맡아 신복지 정책을 챙기겠다는 의지이자, 약속이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측 의원들도 한 발 물러섰다. 이낙연 캠프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오영훈 의원은 "이 후보에게서 신복지 관련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읽었고, 그렇다면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표의 신복지를 계승하겠다는 것은 보편복지국가에 대한 당 강령 정책을 충분히 이해하셨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근 의원도 "(두 정책 간의)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존 강경 입장에서 크게 후퇴했다.
이 후보 측은 기본소득·신복지 정책의 병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측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강남훈 한신대학교 교수는 "이 후보는 토지세와 탄소세를 통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신복지는 기존 재원을 통해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두 정책을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도 지난 25일 경기도지사직 사퇴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소득과 신복지가 상충하지 않는다"며 "신복지는 민주당의 연구결과로 너무 당연하고, 보편복지를 넘어선 경제정책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강 교수는 토지세·탄소세를 도입하기 전에 완전한 형태의 기본소득 지급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지세와 탄소세를 도입해야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며 “그 전에는 일시적이거나 소액의 기본소득이 지급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후보도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임기 개시 다음 연도인 2023년부터 1인당 25만원씩(4인가구 100만원) 1회로 시작해, 임기 내에 최소 4회(4인가구 400만원) 이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도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현재의 아동수당·청년수당 등 수당 형태의 기본소득부터 실시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이재명호'의 깃발을 본격적으로 띄우기 위해 정책적 숙고 작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필요에 따라 개별 의원들이 워크샵 형태의 기본소득 정책과 관련한 비공식 강독회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후보 캠프와 당 정책위 이외에도 민주연구원, 국가경제자문회의 등의 여러 당 소속 기구에서도 공약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