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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투자, 이렇게 준비하자)①"ESG 평가는 참고용, 자기만의 기준 세워 투자해야"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인터뷰
입력 : 2021-11-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가 나쁘면, 석탄 기업이면 무조건 안 좋은 회사인가…투자자들이 기준을 세워 잘 생각해야 한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4일 ESG에 대한 평가가 아직 초기 단계 수준으로, 전적으로 신뢰하기보다는 참고목적으로 활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재무제표 같은 재무적 정보는 회계사의 감사를 받고 공시를 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아직 ESG에는 그런 프로세스와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계학 전문가인 전 교수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용역을 시작으로 ESG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ESG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며 'ESG 전문가 양성의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KSSB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이달 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심의회(ISSB)에서 발표할 ESG 기준을 한국식으로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아래는 투자자들이 ESG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와 현재 ESG 평가는 어느 정도로 참고가 가능한지, ESG가 자리잡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규안 숭실대 교수가 4일 숭실대에서 투자자들이 ESG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와 현재 ESG 기준은 어느 정도로 참고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우연수 기자
 
ESG, 왜 봐야 할까. 
ESG를 잘하는 기업이 재무성과가 높은지에 대한 논문들은 많은데 의견이 아직 분분하고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ESG 잘하는 기업이 성과도 좋다는 상관관계는 있으나 재무 성과가 좋은 기업은 여유가 있으니 ESG까지 신경쓸 수 있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ESG 투자로 단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ESG를 잘하는 기업은 최소한 큰 리스크에 부딪힐 가능성이 낮다. 모 회계법인이 그런 말을 했다. 자기들이 영업이 안돼서 망할 일은 없지만, 큰 회사 부실감사가 터지면 한 순간에 망할 수 있다고.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익이 좀 줄어도 기존에 하던 것들이 있어서 서서히 10년에 걸쳐 무너지겠지만, ESG 타격은 남양유업 사태로 볼 수 있듯 기업의 존속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거다.
 
ESG와 재무 요소, 어떤 비중으로 보는 게 좋을지. 
둘 다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게 모범답안이다. 투자시 재무적 요소만 보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볼 수 있으나 지속 가능성이 없다. 비재무적 요소만 보면 명성은 있겠지만, 결국 돈을 못 벌면 '계속기업'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
 
다만 회계만으로 기업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래 성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인터넷 기업을 평가하는 데 재무제표만으로는 정확한 가치 판단이 어렵다. 비재무적 요소가 점점 중요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ESG 반짝 유행은 아닐지. 
ESG는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것에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사회적책임활동(CSR), 공유가치창출(CSV), ESG 등으로 용어가 변화해온 것처럼 언젠가 미래에 ESG가 다른 용어로 대체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기본 정신은 계속 유지되고 발전해갈 것이다.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ESG라는 용어 자체에 치중하기보단 지속 가능성이라는 근본 정신을 살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ESG는 장기 투자 차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시 평가기관의 점수나 등급을 어느 정도 참고하면 될까? 
우리나라에 한국지배경제연구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 평가기관이 있는데, 평가기관들도 제한된 정보로 ESG 평가를 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로, 전적으로 신뢰하기보단 참고 목적으로 활용하는 게 타당하다.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ESG 보고서를 만들고 있지만 이 역시 아직은 형식적인 수준이고 신뢰도가 높지 않다. 앞으로는 재무제표처럼 보다 까다로운 기준 하에 작성되고, 감사와 인증 제도가 생기고,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는 등의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본다. 회계감사가 시작되고 재무제표가 신뢰를 얻었듯, ESG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인증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럼 어떤 기준으로 기업의 ESG를 판단하면 좋을지. 
우선 투자자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담배나 무기 등에 관련된 산업은 아예 네거티브식으로 배제할 수도 있고, 석탄과 석유 생산 기업들 중에서도 E(환경) 점수가 나은 기업에 투자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ESG 점수가 좋거나 낮아도 산업별로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석유 및 석탄 등 전통 에너지 기업들의 경우 'E' 점수가 매우 치명적이므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 게임 기업이 E를 못해 망할 일은 없겠지만, 석탄과 석유 기업에겐 존속 여부가 갈리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ESG 보고서를 만들 때도 산업별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의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는 77개 산업별로 ESG 보고서 작성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회계기준원이 지금 10개 정도를 번역하고 있다. 산업별로 비중을 둬야 하는 게 다르고, E 안에도 여러 세부사항이 있다. 
 
앞으로 개인이 ESG 투자에 뛰어들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업이 바뀔 거다. 개인의 SNS 발달과 환경보호, 공정, 동물보호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출현으로 개인이 기업의 ESG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 활동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투자 활동 역시 기업을 바꾸는 데 영향을 주리라 판단한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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