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CB 리픽싱 상향 의무화 앞두고 상장사 자금조달 '봇물'
개정안 발표 후 일평균 CB발행량 전년비 2배…IPO로 자금조달한 신규상장사도 대규모 CB발행
입력 : 2021-11-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융당국이 전환사채(CB) 발행 시 전환가액의 상향 조정을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규제 도입 전 CB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규제 도입 이후 CB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이전보다 힘들어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막차를 타기 위해 CB발행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B 개정안 시행이 예고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서 신규로 CB를 발행을 결정한 기업은 총 29개(기간 이전 최초 발행결정 제외) 기업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3.63건의 CB가 발행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신규 발행이 결정된 CB는 코스닥 시장 362회 유가증권시장 94회로 일평균 1.82회(456÷250일, 휴일제외)의 CB가 발행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자발행을 통해 한국예탁결제원에 등록한 CB발행 규모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부터 지난 5일까지 예탁원에 등록된 CB 발행규모는 1조5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7891억원) 대비 25.36% 증가했다. 이는 예탁원에 등록된 CB만 집계되는 것으로 실제 발행 규모는 더욱 크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말한다. 투자 규모에 따라 그 가격만큼 주식으로 바꿔 받을 수 있다. 만약 어떤 기업 CB에 5000만원을 투자했고 주당 전환가액이 5000원이라면 1만주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발행되는 CB들의 경우 대부분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을 두고 있는데, 리픽싱은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는 조항이다. 전환가액을 낮추면 CB투자 규모에 맞춰 받을 수 있는 주식 수량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리픽싱 상향 조정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주가가 다시 반등하더라고 향후 주식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늘어나게 되며, 결국 기존주주의 주식 가치 희석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CB를 발행한 뒤 주가를 떨구는 방식으로 특정 투자자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불공정 거래에 활용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4월 CB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를 예고했다. CB 리픽싱 상향 의무화 내용을 담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12월1일부터 의무화된다. 다만 12월 이전에 발행된 CB들의 경우 소급적용 없이 기존의 하향 리픽싱만 가능하다.
 
CB 상향 리픽싱이 가능해지면 CB 투자자들 입장에선 투자 매력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기존에 하향 리픽싱만 가능할 때는 리픽싱을 통해 주식 매입가격은 낮추고 주가가 상승할 때 주식전환을 통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리픽싱 상향 조정이 의무화되면 CB투자로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코스닥업계 관계자는 “CB발행이 잦은 기업들의 경우 기업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나 담보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며 “그간 신용이 낮은 기업들이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CB를 발행했는데, CB투자 매력이 낮아지면 신용이 낮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CB 발행 규제가 예고되면서 최근 대규모 자금조달을 진행했던 신규상장 기업들도 서둘러 CB발행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IPO를 통해 265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가 지난 4일 180억원 규모의 CB발행을 결정했으며, 하이브(352820)도 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CB발행에 나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2월 CB 리픽싱 상향 의무화를 앞두고 미리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달 중 CB 발행량이 기존보다 크게 늘어날 경우 향후 대규모 주식전환에 따른 지분희석이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나올 수 있어 투자자들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박준형기자의 다른 뉴스
(특징주)지니너스, 상장 첫날 공모가 하회… 공모가 대비 27% 급락중
(특징주)화이자,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소식…백신·치료제 관련주 '급락'
얼라인드, 상장 이후 올해 첫 흑전 기대-리서치알음
(주간증시전망)연준 달래기에도 인플레 우려 지속…10월 미 물가지표에 주목
(인터뷰)김영익 교수 “테이퍼링·금리인상 속도 빨라질 수 있어…시장의 충격 커질 것”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