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국민연금을 비롯해 글로벌 기관들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표하는 시대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ESG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기업이 잘한다고 평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 세상의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정부에서는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기업들은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주요 기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요 투자 골자로 천명했다. 더이상 ESG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세계 투자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편집자 주>
“ESG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제다. 사적규제가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ESG는 앞으로 공적규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며, 이는 기업의 ESG 법적 리스크까지 확대된다는 의미다.”
윤용희 율촌법무법인 변호사는 기업이 지속가능 경영을 해야하는 이유로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유럽의 강력한 ESG 제도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으며 기업과 투자자는 ESG 요소를 중점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용희 변호사는 기업의 잘못된 ESG가 소송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인식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의 ‘ESG 책임투자 기반 조성’안에 따라 자산 규모별 기업지배구조보고서(G)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는 자율 공시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기업에 ESG 공시를 요구하고 있지만 글로벌 마켓 시장은 기업의 상황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SG 리스크가 있는 곳은 투자하지 않겠다며 기업의 존폐와도 직결되고 있다.
윤 변호사는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 ESG 컨실팅 및 자문 등으로 수많은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파생된 문제 등을 생생히 겪어왔다. 그에게 기업이 ESG를 준비하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지, 투자와는 어떤식으로 직결되는 지에 대해 들어봤다.
ESG가 법적 이슈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현재는 자율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 지금은 평가문제가 핵심이다. 투자를 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수탁자 의무가 있고, 운용을 해서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이제는 비재무적 요소를 봐야하는 시대다. 회사는 정보를 만들고 이를 받는 사람이 납득해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블랙록(BlackRock)과 국민연금이 언급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블랙록은 지난 2019년 초 기업이 단순히 주주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되고,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기관 투자자는 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던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 대상의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ESG 중요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는 기업에게 글로벌 공시기준에 따른 자료를 요구를 할 수 있고, ESG 경영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강조할 수 있다.
지금의 ESG 평가는 ESG 데이터 기반의 경영을 하라고 요구받는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데이터 기반의 경영은 과거 ‘감’에 의존했던 평가 요소를 객관적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 및 평가, 설명하는 방식을 말한다.
객관적 데이터를 산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다.
기업에겐 평가 기준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내 메이저 4개 회사에서 주로 ESG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가치 관점이 달라 평가 기준과 방법이 모두 상이하다.
혹자는 정부가 나서 통일된 기준을 만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평가기관 혹은 기준을 통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떠한 평가기관은 기후 변화를 포커스로 잡을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거버넌스를 중요하게 볼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공시 기준을 통일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윤용희 율촌법무법인 변호사. 사진/윤용희
ESG 공시도 중요 사안으로 떠오른다.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며 주의해야 할 부분은.
유럽연합(EU)은 ESG 의무공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자율공시에 의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자율 공시에서 의무공시로 확대되는 단계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G)는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 중인데, 오는 2026년이면 전체 코스피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는 2025년에는 자산 2조원, 2030년에는 전체 상장사로 확대된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준비하기 위해선 적어도 3년간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공시는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가이던스를 최대한 준수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유의해야 할 부분은 공시를 단순히 투자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수준 정도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시는 법적 리스크와 연관성이 높다. 거짓으로 또는 잘못 공시하거나 중요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공시한 경우에는 공시불이행으로 성립된다. 이러한 경우 불성실공시 제재를 받게 되는데 심할 경우 해당 종목에 대한 매매거래 정지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ESG 불성실공시에 따라 집단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잘못된 정보를 자본시장에 알리게 될 경우 잘못된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사례까지는 아직 없지만 앞으로 의무공시로 이어질 경우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쟁송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ESG 소송의 대표 유형은.
자율 공시가 아닌 의무공시로 가게 될 경우 발생할 문제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우선 제품 표시나 공시 자료에 기재된 ESG 정보가 오류 또는 누락을 이유로 한 소송이 있다. ESG 정보가 허위일 경우에도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불성실공시에 따른 집단소송이 있을 수 있으며 ESG 요소 관련 기업의 불법행위 및 채무불이행 등도 있다. 문제가 발생될 경우에는 회사의 벌점 혹은 제재금, 매매거래 정지 등의 자본시장법 책임과 경영진의 책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률 전문가와 함께 사전 검토가 중요한 것이다.
ESG 각 요소마다 평가 방식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나.
E(환경·Environmental)는 수치화가 가능하다. 탄소배출 수치화를 예로 들어볼 수 있다. 기업에게 탄소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기업의 1차 벤더(Vendor)부터 3차 부품 공급사까지 모든 관계사의 탄소배출 데이터를 합산해야 한다. 만약 기업의 탄소배출 데이터를 요구했는데 데이터가 없다며 아무리 재무적 수치가 좋더라도 투자에서는 배제되게 되는 것이다. ESG 중에서 E가 가장 수치를 평가하기 적합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S(사회·Social)는 수치화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노동 이슈와 노동인권, 개인정보보호를 잘하고 있는지 여부인데, 이를 모두 계량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정성적 평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S에서는 주로 공정거래법이나 소비자 보호 및 안전, 근로자, 인권 등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게 된다. G(지배구조·Governance)는 상법상 이사 혹은 감사의 의무 및 주주의 권리 관련 규정을 지켰는지다. 공시 규정을 잘 지켰는지와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과 관련이 있다.
앞으로 ESG 방향성과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부분은.
지금의 ESG는 공적 규제 영역은 아니지만 사적 규제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사적 영역이라고 해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업은 ESG를 제외하고는 더이상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운용사나 국민연금 등이 기업에게 ESG 자료를 요구하고 있고, 이는 사적 영역임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같은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ESG 공적 규제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같은 흐름은 코스닥 기업인 중견 중소기업으로도 확대될 것이다. 대기업은 앞으로 벤더사와 계약을 할 때 해당 기업의 ESG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벤더사의 ESG 리스크도 곧 자사의 리스크가 된다. 지금의 대기업 중심에서 중견, 중소기업까지 ESG를 확대하게 될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까지도 ESG 컨설팅 자문이 크게 증가하면서 그 타이밍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개인 투자자도 과거 재무정보에 기초해 회사의 가치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ESG 요소까지 고려해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투자 대상 회사의 ESG 관련 보고서 등을 확인하는 것이 적절하다.
윤용희 율촌법무법인 변호사. 사진/윤용희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