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보유 지분을 매도하는 등 잇단 돌발 행동에도 서학개미는 여전히 테슬라를 톱픽(최선호주) 기업으로 꼽으며 러브콜을 보냈다.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상장하면서 잠시 눈을 돌렸지만 루시드와 엔비디아 등 서학개미가 선호하는 종목의 집중 매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서학개미의 순매수 1위는 ‘테슬라(TESLA)’로 총 2조9227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 종목인 ‘루시드(LUCID)’의 순매수 금액인 1조428억원 보다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최근 머스크의 보유 지분 매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서학개미는 집중 매수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간 테슬라의 주식도 26% 가량 상승했다.
앞서 머스크는 미 의회의 부유세 도입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워 "테슬라 보유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지분 10%를 팔지 결정해달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설문에 참가한 응답자의 58%가 매도에 찬성하자 지난 8일부터 닷새 가량 8조원이 넘는 지분을 팔아치웠다.
당시(9일) 테슬라의 주가는 11% 가량 급락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지난 16일 이후로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반등하는 모습이다.
‘제2의 테슬라’로 꼽히는 루시드와 리비안의 추격 매수도 이어졌다.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루시드는 지난 7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현재까지 주가가 75% 가량 상승했다. 최근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이어오고 있다.
루시드에 이어 리비안도 지난 10일 상장 이후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시가총액을 제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첫날 30% 가까이 상승한 데 이어 5거래일 연속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갔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R.J.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가 2009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서학개미는 3006억원을 순매수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도체 업종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도 꾸준한 서학개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신규 성장 동력을 지속 확보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내년 예상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70.5배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지만, 엔비디아는 독보적인 성장률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스스로 입증해 나가고 있다”면서 “전방 산업의 성장 속도 보다 더욱 가파른 실적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해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출이 계단식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이제 계절적 비수기, 성수기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면서 “내년에도 엔비디아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도 서학개미 순매수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사 자원을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사명까지 변경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의 97%가 광고에 의존하는 회사가 매출의 2% 남짓한 메타버스 사업에 올인하겠다는 것은 과감하고 파괴적인 혁신”이라며 “새로운 성장에 대한 멀티플 확장을 주가에 반영해야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 서학개미의 매수 포지션은 대체적으로 ‘전기차’와 ‘메타버스’로 집중됐다. 내년도 미국 전략에 대해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위주의 ‘위드 코로나’ 확산과 바이든의 미국이 주도하는 ‘은밀한 패권 전쟁’이 화두가 될 전망”이라며 “세계 팬데믹 상황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렸던 다양한 국제 갈등 요인들이 재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의 수혜는 항공 산업이, 패권 전쟁의 수혜는 ‘셰일 E&P’와 ‘스마트 팩토리’가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학개미의 최근 한달간 순매수 1위는 테슬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