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재계순위 17위를 기록하고 있는 부영그룹 앞에 남겨진 숙제다. 이중근 회장이 지난 2020년 8월 대법원에서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후 부영그룹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특히 이 회장이 올해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된 이후 ‘재벌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룹 후계구도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미래 성장 불안 요소로 꼽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된 이후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 참여가 제한된 상태다.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형기 만료 전까지 일부 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취업도 제한된다.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신청할 수 있지만, 부영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모습일 뿐 이 회장은 여전히 지주회사 부영의 지분 93.7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지분율이 90%를 넘는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부영그룹을 ‘1인 지배체제’라고 평가한다.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얼마든지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회장 가석방 이후 부영그룹의 변화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먼저 이 회장 실형 이후 악화된 부영그룹에 대한 이미지 개선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부영그룹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부영그룹은 공사비의 30% 가량을 도시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다.
정부 지원으로 공사비를 일부 충당하고, 임대료를 받는 사업구조다.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구조 상 기업 이미지 제고가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부영그룹의 도시주택기금 차입금은 3조6980억원 규모다. 3조8836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민간임대주택건설을 위한 기금은 12년 만기상환조건이며, 이자율은 2.5%~3%이다. 공공임대주택건설을 위한 기금은 8년거치 10년 분할상환, 10년거치 20년 분할상환, 15년거치 20년 분할상환조건이며 이자율은 2.00%~2.80%이다.
아울러 임대기간 종료 이후 관련법에 따라 임대주택은 분양전환이 이뤄진다. 분양가는 대부분 시세를 반영해 결정된다. 시세보다 높지는 않지만, 대부분 임대기간동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다는 점에서 분양 시점의 분양가는 건설비용의 수배가 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분양 전환 시 분양가 산정 방식을 놓고 임대 사업자와 분양 대상자들 사이에서 자주 충돌이 발생한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매출 2조4877억원 중 분양수익이 2조2498억원을 차지했다. 임대수익은 860억원, 공사수익은 285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세금을 지원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기업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금을 지원 받기 때문에 더욱 경영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회장이 8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여전히 후계구도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숙제다. 이 회장 슬하에 3남 1녀가 있지만, 장남 이성훈 부사장이 지주회사 부영의 지분 2.18%를 소유하고 있을 뿐 93.79% 지분을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계열사를 지주회사인 부영이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이 회장의 그룹 전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여기에 후계구도가 결정된 후에도 상속세 마련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한 상태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내놓을 수도 있어 이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부영 내부에서도 후계구도 등을 통해 그룹 전체가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임대주택사업 이외 미래 성장을 이끌 신사업 등도 부재해 이 회장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