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올해 연말까지 분양을 서두르는 단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분양해야 잔금 대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단지가 많아 인허가 단계에 묶여 있는 서울을 제외하고, 수도권 및 지방에서 대규모 분양 물량이 예정된 상태다.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이 인허가나 분양가 심사 등으로 분양 일정이 밀린 사업장의 분양을 연내 끝내가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정들이 연이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예정된 차주별 DSR 산정 40%에 잔금대출까지 포함되는 것이 아파트 분양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 대출이 금지된 상태에서 내년부터는 잔금 대출이 개인별 DSR 산정에 포함되면서 분양 계약자가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총 대출액 2억원, 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 소득과 상환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개인별 DSR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1월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하는 단지부터 잔금대출도 DSR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앞당기는 등 올해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분양되는 단지들도 DSR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분양 예정인 전국 아파트는 14만6000여 가구에 달한다. 경기도가 3만7000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과 부산이 각각 1만7000가구 등이다.
특히 지방 분양 물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영남권에서는 연말까지 총 2만9200여 가구 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동기 1만3600여 가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물량이다.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로 인해 규제를 빗겨간 지역에서 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포항에서도 무려 3863가구가 연내 공급 예정이다. 올해 이인지구를 시작으로 초곡지구, 펜타시티까지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년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될 예정에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분양을 앞둔 사업체 같은 경우는 분양을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라며 “아무래도 DSR 규제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다 보니깐 그 시점 이전에 분양 시기를 앞 다퉈서 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기가 높은 서울지역 분양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도권으로 일부 수요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간 내 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것은 미분양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세종과 대구 등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도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