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가 제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 은평구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4·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가졌다.
수상을 위해 한국을 찾은 에르펜베크는 “이 상을 받기 전까지는 이호철 작가에 대해 잘 몰랐지만, 수상을 계기로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됐고 이를 통해 한국과 독일이 분단의 경험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가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활동과 통일 염원 정신을 잇고자 2017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이 작가는 한국의 분단문학, 월남문학,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함경도 원산에서 태어나 은평구에서 5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며 ‘탈향’ ‘남녘사람 북녘사람’ 등을 남겼다.
에르펜베크는 21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꼽힌다. 독일 분단 시기 동독에서 태어난 그는 소설을 통해 동독의 현실 사회주의 문제와 서구 자본주의의 한계를 균형있게 비판해왔다. 대표작으로 ‘그곳에 집이 있었을까’ ‘모든 저녁이 저물 때’ 등이 있다.
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문학·학술·언론계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본상 선정위원회에서 총 9회에 걸친 심사를 통해 선정했다. 선정위는 인종, 차별, 폭력, 전쟁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문학적 실천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작가 중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본상의 에르펜베크 외에도 심윤경 작가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심 작가는 최근작인 ‘영원한 유산’에서 한 저택을 둘러싼 역사를 하나의 서사적 잉기로 재생시키는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 코로나19로 연기됐던 4회 수상자 발표도 이날 함께 진행됐다. 4회 본상엔 아룬다티 로이, 특별상엔 김혜진 작가가 각각 수상했다. 인도의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생태사상가인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 내의 분쟁·갈등으로 희생되는 약자들의 삶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뛰어난 상상력과 문학적 언어로 세상에 알려왔다.
아룬다티 로이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인권, 여성, 농업, 환경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정의와 평화에 관한 지속적인 작품생활을 하는 동력으로 삼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두 작가가 문학작품을 통해 분쟁, 폭력, 성차별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헌신한 것에 감사를 드린다”라며 “평화와 화합의 가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호철 통일로문학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독일의 예니 에르펜베크 작가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은평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