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충전소를 구축하며 전기차에 이어 인프라 경쟁에 나섰다. 고속 충전기 확대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에 맞서 폭스바겐과 GM 등도 충전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도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에는 지난달 18일 기준 4만9000여 전기차 충전소와 12만여 대의 충전기가 설치됐다. 이중 테슬라가 6303대의 충전소를 보유해 차지포인트(2만7833대)에 이어 2위다.
테슬라는 15분에 주행거리 200㎞ 충전이 가능한 '수퍼차저'를 통해 전세계 전기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테슬라가 전 세계에 운영하는 수퍼차저는 3000곳, 고속충전기는 3만대가 넘는다.
우리나라에도 수퍼차저 57곳이 운영 중이다. 완속 충전시설인 '데스티네이션'은 160여곳에 달한다. 테슬라는 향후 2년간 글로벌 고속충전소 규모를 3배로 늘릴 예정이다.
이에 맞서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북미에 고속충전기 3500대를 설치하고 중국에 1만7000대, 유럽에 1만80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BP(영국), 이베르드롤라(스페인), 에넬(이탈리아) 등의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한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유럽에 총 4억유로(약 54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국립중앙과학관 E-pit’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GM은 내년부터 미국·캐나다 전역에 최대 4만대의 공용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GM은 자사 판매점 1곳당 최대 10대의 '얼티엄(Ultium)' 브랜드 충전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GM의 이 같은 전략은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GM은 2025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현대차(005380)그룹도 직접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12곳, 주요 도심 4곳에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를 운영하고 있다. 연내 서울역사, 광명 오토랜드, 제주에도 구축해 내년 상반기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판교와 광주 등에도 선보인다. 이피트는 타사 전기차 고객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충전소 규모는 전기차 판매량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비해 충전기 설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며 "완성도가 높은 전기차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만큼 여기에 걸맞은 충전 시설도 각 국가에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동맹을 택했다. 지난달 18일 스타코프, 에스트래픽,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 차지비, 차지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 국내 충전사업자 6개 회사와 '이피트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이피트 얼라이언스 회사들이 시스템 연동을 통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충전 플랫폼을 구축해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2019년 유럽 최대 전기차 급속 충전 회사 '아이오니티'에 투자한 뒤 유럽 내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